이럴 거면 물어보지마

by 팔로 쓰는 앎Arm

들어줄게, 말해봐, 어디에도 말하지 않을게, 힘들었지….


당신들이 천사의 얼굴을 하고 내게 손내밀듯 다가와서 꺼낸 말이다. 내 마음은 말했다. 말하지마. 말하지마. 말하지마. 말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그네들에 맞서자고 똑같은 사람이 될 순 없어…. 살아남는 게 이렇게나 정글같고 무섭고 아프고 어려운 일이었다는 게 참 가혹하다. 게다가 난 당한 자다. 왜 당했느냐. 웃어줬는가, 받아줬는가. 너 참 힘들었겠구나. 그러나 잊자. 그런 말은 철저한 남의 일이기에 가능한 담화다. 좋은 환경에서, 부당하지 않은 대우를 받던 당신들이 내게 그런 허울뿐인 위로를 건네는 꼴을 보고 있자니 욕지기가 치민다. 그리고 또 한편, 그조차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내게 한없이 미안하고 돌봐주지 못해 사과하고 싶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선택은 쉬웠다. 아니 어려웠다. 아니 쉬웠다. 다 해봤으니. 연대해보려 했고, 알려보려 했고, 삼켜보려 했다. 그 어느 것도 방법은 아니었다. 온라인에 떠도는 짤처럼, 답이 없고 답이 없고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이었다. 마음 속에 가득해진 상처들은 이제 더 이상 내가 감당할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누구는 신고를 하라고 했고 누구는 징계를 먹이자고 했고 누구는 소문을 내자고 했다. 모두가 다 당신의 일이 아니니까 가능했다는 걸 지나오면서 미세하게 느꼈고, 지금은 거의 확실하게 알겠다. 마음이 병들어버린 걸 누구에게 가서 토로하려나. 토로할 필요가 없다. 토로하면 더 병들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웃으며 안 아픈 척해야 하고 아무 일 없던 체 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는 마음을 계속 유지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한계치가 있다. 나의 한계치는 이렇게 말해봤자 누가 듣든간에 뭐. 나의 한계치는 높다. 웬만한 걸로는 꿈쩍하지 않고 뭔 개소리를 해도 흘려웃는다. 그런데 그게 일을 키웠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누가 나를 돌보겠어. 내 편은 나밖에 없다.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이런 일 따위에도 적용되다니 더럽고 더럽고 또 더럽다. 이제 여기까지다. 여기까지다. 아닌 건 아닌 것이다. 모순에 욕지기가 치밀고 당한 일을 삼켜야 하는 것에 또 욕지기가 치민다. 그러면서 정의를 논하는가. 그러면서 대의명분을 논하는가. 소름이 돋을 뿐이다. 무섭다. 또, 남의 일은 남의 일일뿐이라는 걸 정확히 가르쳐준 그대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나는 그대들 덕분에 더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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