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실현 같은 건 만화에나 나오는 얘기
글 쓰는 걸 좋아했던 한 소녀가 있다. 소녀는 목소리도 좋다는 평을 받았고 얼굴도 그 정도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상하게 불의에 피가 끓던 소녀는 꿈을 가졌다. 상처도 많았지만 상처에 진다면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녀는 꿈만 따랐다. 시간도 여유도 없었기에 마음에 남은 상흔은 돌볼 길이 없었다. 앞으로 자꾸만 헤엄쳐나가면 상처도 같이 지워질 거라고 그렇게 막연히 생각했다.
소녀는 휴일을 싫어했다. 빨간날이라고 집에서 쉰다고 그저 좋아하는 친구들과 달리 소녀는 그런 걸 싫어했다. 집안에 있는 것보다 학교에 있는 게 밖에 나와 있는 게 소녀는 마음이 편했다. 학교 집 학교 집의 틀을 깨기 싫어했고 무서운 환경에 가는 것도 싫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고성이 오가는 집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엇나가기도 싫었다. 소녀는 영리했던 것인지 겁이 많았던 것인지 자신을 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소녀는 다른 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글쓰는 걸 좋아해 곧잘 상을 탔고 말하기 대회 같은 걸 심심찮게 나가 상을 타왔다. 소녀는 그냥 그게 가장 잘하는 일이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어둠 속에 있던 것만 같은 불안한 10대를 지나 대학에 진학한 소녀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그 때마다 또 전공 공부나 다른 활동에 골몰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고 글을 쓰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소녀는 쉽게 우울해졌고 나쁜 생각을 하곤 했다.
소녀는 어쩌면 자신을 너무나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엇나가는 건 싫었고 글로 정의 실현 따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소녀는 꿈에만 정진했다. 그러면서 사회를 만났다. 소녀는 사회가 더 재밌긴 했으나 사회에서 약한 여자가 처할 모든 상황에 처해보고나서는 정말로 정의를 구현하는 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버티지 않고 그냥 이 일을 하지 않는 걸로 결말을 봤을 거라고 모르는 자들은 말했다.
소녀는 그들이 한심했다. 세상에 쓰임새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자신에게 그럴 재능이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소녀의 친구는 에너지를 아끼라고 했다. 소녀는 에너지를 아낄 새가 없었다. 늘 내일은 없다,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한다 따위의 모토가 소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래서 할 일은 제 때 해야했고 다행히 일은 아주 잘 맞았다. 소녀는 다른 사람들도 정의 실현에의 꿈이 자기처럼 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달랐다. 세상엔 일부 이상한 남자들이 존재하는데 소녀는 재수없게 그들을 몇 번이고 만났다. 소녀는 그러면서, 다른 소녀들도 만난 자들이겠구나, 구악이 어떻게 선을 즈려밟은 채 끝끝내 살아남을 수 있던 건가 생각했다.
소녀는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구악에 치인 소녀들이 이미 일찍이 있었다는 소식도, 기타 등등의 희망없는 소리들이 소녀에게 점점 더 많이 들려왔다. 마침내 소녀는 구악이 세상에서 별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소녀는 언젠가부터 언론을 믿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 말하는 막연한 불신 따위가 아니라, 몇 개의 구조를 겪으며 그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선악을 설정하는지, 거기에서 여성은 저 바닥인 게 당연하다는 걸 알아버린 후였다. 그곳에선, 발버둥을 수개월 쳐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참 주먹구구일세. 소녀는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