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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Aug 20. 2017

당연히 평범하게 살고 싶다

내 유년 시절을 지배한 건 우울의 정서였다. 훗날 이불발차기감이라고 후회할지 모르지만 그냥 적는다. 더 감당하다가는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여기라도 찾아왔던 거니까 같은 마음으로.


고성과 폭력에 익숙했다. 그래서 내가 당하면서도 어디까지가 폭력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용인의 한도가 높은 편이다. 1년 넘게 거지같은 생활에서 술을 따르며 헛소리를 듣고 이상한 일을 겪어도 안으로만 곪았던 건, 이게 폭력인지 아닌지 내 자신이 판단하길 어려워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타인의 객관적 반응을 보며 잘못된 거구나 했을 뿐이었다. 등신이었다.


견습 시절 근거 없는 이상한 협박, 폭력을 당하면서도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던 것도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을까봐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적으면서 너무 무섭다. 어디에도 단 한 번도 말하지 못했던 거니까. 누구도 몰랐으면 좋을 만큼 너무나 무섭다. 당해보지 않은 자는 아무도 모르겠지. 남일만큼 얘기하기 쉬운 게 없을 테니까 말이다. 


믿을 것 따윈 나밖에 없었는데, 나 자신도 그 폭력을 너무나 익숙하게 받아들여왔던 까닭인지 달리 방도가 없었다. 뒷배라곤 나밖에 없어서 내가 사회생활하는 나를 다치게 한 후에 감당할 것들이 너무나 무서웠기 때문이다. 등신이었다.


그렇게 달려왔던 것도 어찌 보면 여기서 탈출하고 싶어서였다. 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달렸던 건데 매일 깨닫는 건 나갈 수가 없다는 거다. 스무 살의 나를 다시 만난다면 지금 당장 나가라, 너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네 짐이 아니다, 따위의 말을 해주고 싶다. 그렇게 달리는 건 하나도 멋없다. 그냥 등신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는 질문이 남는다. 과거의 나 말고. 이상한 정의감과 거기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일종의 막연한 꿈같은 그야말로 근거 따윈 없는 꿈을 꾸던 나 말고.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그럴 용기도 배짱도 돈도 없다.


매번 같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녹음기 따위의 생각이 들다가 내가 죽고난 뒤 혹은 뭐 기타 상황에 남은 것이라곤 그딴 기록이 남은 녹음기 같은 것뿐이라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더러워 미루고만 싶어진다. 그냥 내게 방법은 없다. 진짜 별 방법이 없다. 그냥 나는 어차피 죽었으니까 별 방도가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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