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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Aug 23. 2017

이건 아니다 싶어도

기다리는 것도, 애매한 일을 견디는 것도, 억울한 일을 꾹 참고 큰그림을 보는 것도 미덕이라고 다시 믿어보자.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그간 해온 게 대단한 건 아니더라도 이 이름을 버리기엔 미련이 덕지덕지 남았으니까. 온갖 일을 겪었어도 그 이름은 아직도 내게 매력적인 미련덩어리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더 안고 가보자.


그러다보면 뚝딱 수년이 흘러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길 바라면서도 그럴까봐 두렵다. 다른 세상을 더 보고 싶으니까 조금만 참자. 그렇게 원하던 배우는 것을 찾을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참자. 그게 비록 내가 내게서 찾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그만 징징대자. 징징대는 이도 들어주는 이도 모두가 답이 없다는 걸 아니까 그만 징징대자. 꼰대는 싫지만 내 스스로에게만큼은 꼰대가 되자. 수개월 전 죽고 싶었던 마음을 되새기자. 아니 바로 오늘 낮이기도 하지만.  그 트라우마를 던져낼 수 있을 때까지만 참자.


그걸 버리려면 아예 머리를 비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난 돈도 없고 어디 떠날 용기도, 지금 가진 이 작은 것 하나 버릴 가오 따위가 없다. 돈도 용기도 없다. 그러니까 그냥 부딪치자. 이용하자. 나도 어른이 되어야 한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선수를 치자. 아프기 전에 예방주사를 놓자. 안달나보이더라도 조급해보이더라도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 느긋하게 관망하되 촉은 살려두자. 고통스러운 매순간이지만 그냥 이겨내보자. 그 수밖엔 내게 별 방법이 없다.


다시 수년 전처럼 나는 가진 게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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