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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Oct 04. 2017

인간에 대한 존중

곁을 조금만 내어줘도 마음을 조금만 열어도 그것을 특권인양 쥐고 흔드는 사람들이 일부 존재한다. 나로서는 이들을 분별할 눈을 아직 완전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님 시간의 현명함에 더 손을 들어주는 축에 속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때문에 경계하는 축이 훨씬 편했다. 그러나 인간이 가장 나약해지는 몇몇 순간에 오는 접근들에는 어쩐지 유약해지곤 했다. 근 1년 반 간의 일이다. 가까운 누군가에게도 내 얘기 같은 건 아주 조금이라도 흘리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 달리 말하면 이제라도 걸러져서 다행이라는 편이 더 크기는 한다. 이 편이 더 아름답기도 하고 이 편이 더 희망적이니까 나는 이 축에 손을 들겠다.


인간과 인간이 친해지고 서로를 알게 되어도 존중은 꼭 필요하다. 존중이란 건 큰 게 없다. 그냥 무덤덤하게 그 자리에 있는 것조차 어렵다면 뒤통수 같은 건 때리면 안 된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최근 사람을 한 번 걸러야겠다는 마음이 굳게 든 것은 이런 믿음이 깨진 탓이다. 생각보다 사람은 무서운 존재였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그냥 무시하는 것이 강한 자의 선택이라는 어느 책의 구절을 굳이 떠올리는 것은 그만큼 되레 내가 마음이 약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곤 한다. 


내가 살아오며 어떤 사건을 겪어왔든 아니든 간에 그것을 내가 당신께 꼭 말할 이유는 없다. 내가 티내지 않을 진대, 혹은 내가 그 비슷한 일이라도 대화하지 않을진대 그것을 굳이 당신이 호기심을 갖고 파고들 이유는 없다. 계속된다면 그건 무례함에 속한다. 친한 얼굴을 하고 다가와서는 그렇게 속속들이 파헤치고 알고 파고들려 해도 그럴 필요가 없다. 당신의 그런 마음은 어떻게 표현하면 집착이다. 친근함이 아니다. 알아온 세월, 친해온 일들은 그런 무례를 용납할 힘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걸 모르는 당신에게서는 그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묵묵히 시간의 힘에 기대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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