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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Dec 27. 2017

방황하는 우리에게

억지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만

#.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를 올해 안에 만들어야 한대서 계좌는 텄는데 펀드를 뭘 살지 모르겠다.
#. 혼자 살 집을 알아보려 하는데 집안 식구를 설득하는 일이 폭풍의 언덕 속 작은 집처럼 위태롭다.
#. 나의 속도를 지키는 일이 자꾸 시험받아 누군가 꿀꺽꿀꺽 내 꿈을 좀먹으려 한다.


해외 주식형 펀드 계좌를 만들었는데 무슨 펀드를 사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럴 거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웃다가 오늘 안에 하겠지 하고 있다. 글을 완성하자마자 앱을 켜겠지. 이런 쪽은 아무래도 내 흥미가 아니라 남의 조언 따라 하니 마음이 참 무겁다. 가만히 멈춰 있는 게 좋은데 자꾸 하라니 그것도 관계를 위해 했는데 별 거 아닌데 별 것처럼 마음이 그렇다. 시간 지나면 또 웃으면서 나 참 쫄보였네 하겠지.


이제 그만해야 할 투쟁 중 일부를 끝내려 한다. 극단적 선택 이전에 나가는 방법이 존재한다. 어떠했든 마음이 체해버려 어쩔 수가 없다. 그 체함을 이해해달라거나 동정을 구걸하고 싶지 않다. 내게 일어났던 일은 내가 가장 잘 아니까 그냥 시간을 갖고 내 머릿속이 알아서 정리될 시간을 좀 갖고 싶다. 정리해야지! 라고 생각한대서 그게 되는 게 아니란 건 우리 모두 잘 안다. 뭘 바쁘게 움직이면 순간은 잊지만 결국 곪아 터진다. 머릿속이 알아서 촵촵 정리해주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내 속도를 지키는 일이 이유없이 누군가를 좀먹는 일이라면 '노땡큐올시다'이다. 설득하고 싶지 않다. 그건 그의 몫이다. 괜한 치기에 답할 여유도 없다. 나는 이미 곰팡이처럼 내게 퍼져서 초밥집서 혼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훌쩍이거나 하는 일로 빼내지지 않는다. 길에 서서 눈물을 끅끅 주룩주룩 흘려도 안 된다. 삶의 독이 이미 나를 갉아먹어버려서 마음이 복잡한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나 잘 살고 있는 걸까? 따위의 질문이 아니다. 나 못 살고 있으니 머리가 나를 좀 정리하게 내버려둘 시간이라도 좀 갖고 싶어요. 한 순간도 멈추지 못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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