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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Dec 27. 2017

"남자친구 있어요?" 질문은 아무렇지 않은데

정말 내가 둔한 건가?

#. 너가 ㅇㅇ 선배랑 이미지가 비슷해서 눈여겨봤는데 그렇게 치마 입고 매번 웃기만 하니까 그런 일이 생기는 거야
#. 원하지 않으면 웃으면서 넘기는 게 아니라 그냥 아니라고 얘기해야 돼
#. 만날 치마 입고 애가 뭔 말만 하면 웃어주니까 그런 일이 생기지


털자 털자 올해로 털자. 이제 내 안을 그만 갉아먹어야 해서 적는데 웃기다. 저런 말들을 들으면 그냥 또 웃긴데 이게 내가 현실인식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인가? 그냥 남일인 것처럼 나를 속이고 싶어서 그러는 건가? 정색하고 화내면 또 웃긴 거잖아.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다.


그거야 짬밥 있는 당신들 얘기지. 라고 넘기기엔 요즘 애들은 당돌해서 할 말 다 하던데 너도 좀 그래야 해 등의 조언을 들으려나. 어른이 되는 건 너무 어렵다. 나는 계속 꿈꾸고 싶고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을 뿐인데 곁가지 쳐내는 게 너무 힘들다. 쓸데없는 정치질도 싫고 괜한 말 듣는 것도 싶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는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하기 싫은 것도 해야만 한다.


근데 이게 저런 말들 듣는 것도 해야 하는 하기 싫은 일에 들어가는가에서 질문은 시작한다. 조금만 틈을 보여도 어떻게 해보려는 이들, 짬밥이 생길 때까지 버티며 일어나는 것들 등. 어느 누가 힘겹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근데 자기 고통이 세상 최고인줄 아는 사람은 아무래도 피하고만 싶은 게 답 아닐까? 너 힘든 거 아는데 사실 내가 더 힘들어 따위의 이야기는 듣고보면 '뭐 자랑하는 건가?' 싶은 오해를 하게 될 때도 상당히 많았다.


우리는 서로 모든 걸 공유할 필요는 없다. 절친한 친구든 연인이든 당신과 내가 모든 걸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깊은 사이로 발전하면서 자연스레 고백하는 것 말고 갑자기 전경련 한복판에 서서 만난지 2주만에 당신 상처를 듣고 싶진 않다는 거다. 미안하지만 그렇다.


내 상처를 말하고 싶지도 않다. 어찌저찌 상황을 지켜보고 아는 이들도 완벽히 공감할 수 없을텐데 내가 뭐 그걸 떠벌려서 좋겠는가. 누가 나를 지지해줄 것도 아니고 말이다. 지지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내 몫이다. 내가 알아서 잘 치유하려고 노력할 뿐 그게 다다. 서로가 필요한 순간은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지 결심해서 이뤄지는 건 드물다.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그냥 남자친구 있느냐 따위의 질문을 면접에서 들어도 그냥 대답하고 뭐 어때서 하던 나다. 뭐 물론 좋다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분노할 정도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둔해서 그들이 선 넘는 걸 그냥 내버려뒀다는 따위의 접근은 사양하겠다. 그게 더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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