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여러 개를 쥐었다가 흘려보냈다. 굳이 적을 필요 없는 건 남길 이유 없다. 흘러간 건 인연이 아닌 거니까 의미두지 말자. 올해의 마지막엔 미래를 달리 상상해볼 여지를 내게 줬다. 나를 위한 결정을 했다. 그걸로 잘했다. 지킬 의미 없던 것들에 괜한 미련 가질 필요 없다.
세상은 별 것 아닌 이름들로 이뤄지는 주먹구구라는 걸 이미 알아버려서 혹은 너무 늦게 알아서 이젠 다른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만 확고하다. 제대로 갈 게 아니면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제대로 가지 않으면서 생활인이니 뭐니 합리화하는 건 아직은 아니올시다로 답을 내렸다.
마음이 쫄깃쫄깃한 사람이 되어야지. 내 안의 탄성을 가져야지. 워낙 나쁜 사람을 만나도 내 안의 탄성으로 튕겨내야지. 다시 강하고 긍정적인 나로 돌아와야지. 그래야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어려울 테지만 하나씩 다시 시작해보자. 신속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 별 것 아님에도 사랑하는 사람보다 일을 택하던 나, 냉정하게 가지치기해내던 나. 그럴 수 있는 나로 다시 돌아와야겠다. 확신을 잃고 몰려오는 회의감에 불행에 잠식되던 나는 지워야겠다.
사람이 마냥 밝을 수 없으므로 밝은 나를 보면 의심스럽다던 사람들, 적극적인 모습에 야망있다고 첫 만남부터 찍어내리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 대한 결론을 지나오니 알겠다. 그들의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다. 참 못된 사람들이었구나.
버티지 말았어야 했던 것들에 침묵하며 이겨내는 거라 믿었던 나. 그러지 말자. 그런 상황에 또 간다면 어쩌지 하는 질문에 또 머리가 아프지만 그러지 말자. 더 강해지자.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져야 한다. 그것만이 방법이다. 걷고 싶다면 그래야 한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는 탄성을 가지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 이렇게까지 하고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강해지자. 근데 마지막은 아직도 고민이긴 해. 어쩔 수 없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