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로 쓰는 앎Arm Jan 03. 2018

아직 선택은 내 몫이야 '백만엔걸 스즈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데로 갈 거야"
"올 리가 없지"


고민으로 끙끙 앓던 지난 가을께 오지 않는 새벽잠에 기꺼이 끝까지 봤던 영화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 이어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후 본 수많은 영화 중 여지껏 마음 한 쪽을 잡아당긴다. 백만엔을 척척 모아 방도 탁탁 구해서 여기저기 오가던 스즈코의 결연한 모습을 지울 수 없다. 신파로 끝날 뻔했던 마지막이 그렇지 않은 것도 나름은 재밌다. 


꽤 멋진 작품이 아닐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특별할 수 있지 않은가. 나에겐 특별한 작품이다. 꼭 그처럼 되겠다는 것도, 그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다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하나쯤 그처럼 결연해지고야 마는 하나의 이유를 가지고 산다. 스즈코와 내겐 완벽한 공통분모란 없으나 자기가 정한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는 것과는 같다. 세상 사람 누구나 그런 것 하나쯤은 가졌다. 나는 스즈코의 극단적 상황은 거기에 대한 비유라고 멋대로 정의했다.


어설픈 풋내기적 마음으로 여자를 떠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마음도 어쩌다 만난 마음 따뜻한 사람들도 다 가치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주변의 작은 행복 하나 살피지 못하는 시절에도 주변엔 사랑이 오갔다. 그걸 몰랐을뿐. 지나고 보면 내게 조금의 여유도 없어 그것 하나 보지 못하고 다른 데서 이상을 찾았을 뿐이다. 늘 사랑을 갈구했는데 사랑은 항상 내 옆에 있었다. 


그걸론 부족했고 더 많은 걸 바랐던 건 내 욕심일까 아니면 어린 날의 치기일까. 스즈코가 하나의 생각만으로 오가는 동안(하나의 생각으로 보여지는) 주변엔 늘 사랑이 머물었고 관심도 곁에 늘 함께했다. 그걸 알아채고 말고는 내 선택이 아니다. 시간이 흐른 후 어쩌다 돌아볼 준비가 돼서야 안다. 그게 그런 거였다는 걸 말이다.


그건 여유가 함께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살기 바빠 하루하루 눈치싸움, 불필요한 정치질, 협잡질에 치이면 당연히 시야가 사라진다. 내 안위 하나 지키는 게 흔한 말이지만 '눈 떠도 코 베어가는 이 세상'에서 사랑놀음하다가는 뒤통수맞거나 대단한 범죄가 발생하기 쉽다는 얘기다. 현실은 생존게임이었다. 


스즈코가 겪은 세상도 실전이다. 실전에 이래저래 얻어맞던 그가 나중에야 세상에서 이런저런 호의 비슷한 걸 얻었지만 그건 그가 떠날 시기를 정해둔 이후서부터다. 진심을 털어놓았더니 어리석은 실수로 다시 마음을 달리 다잡게 한 것도 곁에 머물던 사랑이다. 누굴 믿든 안 믿든, 사랑을 알아채든 거절하든, 인생은 그렇게 흘러간다. 달라지는 건 스즈코 본인 마음가짐 하나다. 선택도 본인 몫이다. 본인 몫일 수 있는 건 아직 희망이 있을 시기의 일이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적당한' 어른이 되는 '카모메 식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