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난 일은 돼지 탓으로 돌려"…영화 '모아나'
"여기 있으면 편한데 대체 왜 난 자꾸 바다로 나가고 싶은 걸까?"
"난 대체 왜 이러는 거지?"
"내가 어디까지 갈지는 나도 몰라"
'모아나'가 인생작에 등극한 건 모아나가 곧 나이기 때문이다. 이걸 느끼는 건 나만이 아닐 터. "그들이 내 안의 소란을 알게 해선 안 돼"라던 엘사에 이어 고뇌하는 모아나. 그는 누구보다 매력적이다. 내 안에 끓는 것이 뭔지. 그 뿌리는 어디인지. 해소할 명분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까지. 하나하나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없다. 이미 속한 곳에서 뛰어난 자질을 인정받았고 나아갈 길 또한 대략은 알지만 '과연 이게 정답일까' 하는 마음에 속앓이를 한다. 모아나의 선택은 결국 '마음의 소리'였다.
근래 마음의 소리는 두 가지를 내게 제시한다. 둘 다 장단점이 너무나 분명해서 선택이 어렵다. 이럴 바에 그저 때를 기다려야하는 걸까 아니면 가진 걸 잃지 않기 위해 버둥대야 하는 걸까. 어느 선이 적합한 걸까. 내가 가진 것이 어느 정도인가. 가늠되질 않는다. 그럴 땐 바다에 나가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과거가 있었다.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는 말 때문인지 그것 또한 지양된다. 그래서 결론은 또 같다. 그냥 바다에 나가보는 방법밖에 없는 거다. 도대체가 어딜 가든 장점을 찾아내는 병인지 합리화 때문인지 때문에 바다에 나가면 끝장을 보고만다.
선택한 길에 대해 나를 실망시키는 게 싫어서 근래의 나는 물결에 휩쓸리기로 한다. 그러다 잘 안 되면 "돼지 탓으로 돌리자". 전해오는 이야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게 정답일 테다. 그렇다고 믿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재고 따지는 건 이유가 있을지언정 나는 내가 밟아본 게 아니고서야 믿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제 내 돌을 내려놓을 때가 됐"기 때문에 휩쓸리는 건지 판단이 어렵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있을 건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내 마음은 언제나 모험하기를 좋아하는데 이게 내게 좋은 건지도 알 수 없다. 선택지 A와 B를 두고 고민을 지속하지만 어느 게 행복한 길인가를 계속 자문한다.
"나는 모투누아의 모아나다!" 모아나가 자기 이름을 반복하는 건 자길 찾기 위해서다. 누군가를 상대하기 위한 것으로 시작했을지언정 그 결론은 모아나 자신을 향해있다. 모아나는 계속 바다를 떠나지 않을 테다. 이젠 곁에 사람도 생겼을 테고. 의문점을 가졌고 끝내 깨달았고 증명한 다음은? 계속 반복될 과정이다. 스스로 찾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더 안으로 들어가 찾아낼 수밖에 없다. 더 잘 들어가기 위한 모험은 필연적이다. 모아나 스스로 인정할 성인식을 거치지 않으면 스스로 납득할 수 없었을 테다. 나도 그렇다.
+) 반려동물이 닭과 돼지라니. 여러모로 엄청난 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