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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Apr 07. 2018

남 탓의 귀재들 '언노운 걸'

"죽은 소녀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단 말이야"

"당신이 문을 열어 줬다면 이렇게 되지도 않았어"


누가 그러라고 했는가. 순간의 욕구에 눈 멀어 사람을 사지로 내몰고는 죄책감을 남에게 돌린다. 위협에 도망치던 소녀가 도움을 청했던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이에게 잘못을 전가한다. 전형적인 남탓의 귀재다. 언노운 걸엔 남탓의 귀재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희망적인 건 결국 사필귀정으로 돌아간다는 거다. 비극은 벌어졌지만 양심인 하나 덕에 그럭저럭 수습된다. 남탓의 귀재들에게 깨우침도 준다. 어디까지 영화 속에나 가능한 일인지 현실에서도 벌어질 법한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당신이 있는 환경에 따라 다를 테니 말이다.


바쁘고 정신없으며 충만하기까지 한 일상엔 때로 작은 침략자가 등장하곤 한다. 하는 것 없는 자가 가장 불만이 많더라. 툴툴대며 자신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불성실한 자는 모두가 알아본다. 모르는 것은 자신 뿐. 나아가 남탓까지 특출나다면 답은 뻔하다. 이 때 가장 답답한 건 선량한 성실한 사람이다. 나야 별로 남에게 관심이 없고 어설픈 정치질을 혐오하는 사람이라 그냥 씹어 넘기는데 때론 그 불성실한 자의 속내를 파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별 다른 의미 아니다. 안고 가겠다는 건데 아서라.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까지 안고 갈 순 없다.


물론 그가 그런 결심을 한 데는 그 불성실한 자의 공백으로 나머지 팀원이 잡무에 시달린다는 데 있다. 불만도 많고 일도 안 하는 그런 사람을 왜 안고 가냐는 게 또 그 사람의 말이기도 하다. 어쩌랴. 어딜 가나 완벽한 곳은 없다. 일상에 존재하는 그런 귀여운 침략자들은 잡초 같아서 오래 버티기도 하고 때론 잡초니까 빨리 뽑혀 나가기도 한다. 사필귀정. 때를 기다릴 뿐이다. 물론, 중간중간 제초작업이나 약은 좀 뿌려 줘야 한다. 그냥 두면 거대하게 자랄 테니까.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했다. 중간중간 평범하게 오가는 시민들은 평범하지 않다. 그들은 언제든 검은 속내를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진료비를 계산할 뿐인 이를 위협적으로 잡은 카메라 워킹도 그런 걸 보이려 한 게 아닐까. 일상의 무덤덤함, 무성의함, 감사를 모르는 그런 행태, 때론 순간의 똥고집 같은 게 모여 누군가를 사지로 몰고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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