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 아저씨, 그것은 대의가 아닙니다

by 팔로 쓰는 앎Arm

당신의 '대(大)' '소(小)' 구분점은 무엇인가요. 저요? 간단합니다. 생사가 걸린 문제를 말합니다. 물론 명분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 명분, 궁극적으론 삶을 향합니다. 더 세세하게는 '원하는 삶'을 향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소용 없습니다. 모두 죽일 명분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역사에도 대대로 이런 논쟁은 있어 왔죠. 그럼 우리는 역사 시간에 어땠나요? 명분을 위해 백성을 굶어 죽이려는 왕이나 신하들을 보면서 혀를 쯧쯧 차진 않았던가요? 그러면서 아주 당연하게도, 자신은 실리주의라고 그렇게 믿었을 겁니다.


아, 갑자기 웬 말이냐고요. 별 거 아닙니다. 네 별 거 아닌 얘기를 하려 합니다. '미투' 얘기예요. 별 거 아니라고 유독 세 번이나 말하는 건 정말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얼굴을 아주 크게 붙여둔 보도나 어렵게 죽을 힘을 다해내는 그들에게 말도 안 되는 프레임을 씌울만큼 한가한 누구들이 사라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이 사라지기를 바라기에 별 거 아니라고 몇 번씩이나 중복해 쓰고 있습니다.


털보 아저씨. 저는 아저씨를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만 그저 한 PD에게서 아저씨에 대한 얘기만 좀 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직접 보고 들은 얘기가 아니라면 믿지 않는 참 깐깐한 새우신중파라서 아저씨에겐 참 다행입니다. 아저씨의 근래 행동들은 그 얘기들이 사실이었겠구나 하는 확신을 주는 부분이 있어서 좀 그렇습니다만. 털보 아저씨. 아저씨의 논리를 처음 듣고는 그냥 아저씨답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웃겼습니다. 아저씨의 머릿속에서는 그런 얘기밖에 나올 수 없다는 게 슬펐어요. 아저씨의 깊은 뜻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아요. 아저씨의 표현이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그 말은 이제 아저씨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답니다.


아저씨는 그 피해자들이 말하는 순간순간 참아내는 고통의 크기를 알지 못하죠. 감히 상상할 수 없죠. 한 번 사는 인생 어쩌구 하는 아저씨의 명언, 고급 정장을 사서 어쩌구 저쩌구 했다던 아저씨의 무용담. 아저씨는 딱 거기까지만 했었어야 하는 분 같습니다. 아저씨가 한 번 사는 인생이라고 그렇게 마구 말씀하신다면 그 말에 얻어맞는 사람들은요. 이들도 한 번 사는 인생인데요. 왜 그리 모든 걸 걸고 그렇게 얼굴을 파르르 떨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면서 입을 열었을까요. 아저씨, 세상은 아저씨가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한 바보들로만 가득찬 곳이 아니랍니다.


아저씨. 아저씨가 그렇게 좋아하는 아저씨네 진영에서, 저는 아저씨 같은 사람을 많이 봤어요. 어쩌면 많이가 아니라 전부 다일지도 모르죠. 그게 얼마나 절망스러운 일인지 아저씨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테죠. 아저씨 같은 분이 좀 더 깨인 분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건 알지만 내 말은 대의를 위해선 그렇단 거야' 따위의 생각으로 자신을 합리화한다면, 아저씨. 정말 큰 잘못이네요. 아저씨의 대의는 고작 그것인가요? 아저씨의 대의는 아저씨 같은 사람들만의 대의인 거죠? 그러니 아저씨는 정말 틀렸습니다. 그것은 대의가 아닙니다. 아저씨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죠. 자신의 잘못을 어떻게든 덮어두기 위해,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구멍으로 만든 거짓 명분일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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