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글을 남긴다는 건 여러 가능성을 남긴다. 첫째, 실친이 알아볼 확률이다. 둘째, 안친한데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읽을 확률이다. 셋째, 나의 단면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판단받을 여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다 별로인데 가장 별로인 건 세 번째다. 그래서 나는 이 공간에 포트폴리오를 몇 개 올리려다 3일 넘게 너무 많은 유입이 있는 바람에 내려 버렸다. 이유? 가해자가 있는 조직에서 만든 포트폴리오니까. 그게 다다. 내 새끼는 별개라서 신경쓰지 않고 분리하려는데, 이 세상이 또 그걸 그렇게 안 볼 것 같다는 생각. 쓸데없는 생각으로 고민할 거면 그냥 내려버리는 게 낫다. 그래서 나는 이 공간에, 그런 포트폴리오를 올리지 않기로 한다.
나는 많이 아프다. 누구나 다 아프지만 나처럼 생각 많은 애는 요새 특히 아프다. 왜? 아침부터 뉴스엔 미투 운동 얘기가 한창이다. 묻고 살려 했던 상처들이 자꾸만 살아나고 더 문제는, 그걸 아는 일부 소수 지인들이 자꾸 묻는다. "왜 미투 안 해?" "신고해버려. 다들 하는 분위기잖아" 재밌는가?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자들에겐 그대로 돌아갈지어다. 그 말 외엔 내가 내 멘탈을 추스를 방법이 없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땐 진짜 사람을 거를 수 있다는 걸 겪고 또 겪어 이번에도 그런 의의라도 둬봐야 하는 건가 싶다. 그 방법 외엔 정신 승리할 방법이 없다. 많이 아프다.
나는 왜 당했는가? 왜 하필 나였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가? 이유는 없다. 일에 몰두할 때만이 가장 나답다. 일하는 나를 사랑하고 일이 나를 괴롭혀도 일을 사랑한다. 그게 전부다. 거기에 다른 더러운 것들로 고민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다쳐버린 마음은 자꾸만 일어난다. 언제? 당신들이 생각 없이 "미투 안 해?" "신고할 생각 있음 말해. 소문내 줄게" 따위의 무책임한 발언을 앞뒤 없이 카톡으로 보내올 때다. 남의 상처는 심심풀이 땅콩으로 혹은 재미있는 얘깃거리로 접근해선 안 되는 거라는 걸, 생각보다 참 많은 사람이 모르는 것 같다. 씁쓸하고 씁쓸하다. 덧붙여, 회식 자리에서 미투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정신이 아득하고 고통스러워 돌아버릴 지경이다.
미투. 미투. 미투!! 나 역시 외치고 싶다. 조금이라도 주위에 이 운동의 취지를 알리고, 권력의 무서움과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없는 자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는 이 기적이 오래 가길 빈다. 그러나! 다친 마음을 기댈 길이 없다. 내부의 문제를 왜 외부의 나간 자에게까지 손 뻗어 해결하고 싶어 하는가? 그렇게나 용기가 없는가? 당신들은 지성인이고 언론인인데 왜 자신이 가진 힘을 그렇게밖엔 못 쓰는가? 답은 하나다. 당신들은 그것밖에 안 되는 자들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 나는 실망도 없다. 얽히고 싶지 않으니 괜한 이슈 공유한답시고 같잖은 신고 권유 따위를 하러 연락하는 일 다시는 없길 바란다. 문제 해결하겠다고 백방으로 뛰던 내게 모든 짐을 지게 했던 당신들이다. 양심에 털난 채 자신이 가진 힘을 방치하는 당신들의 입에서 그 소중한 운동 얘기 나오는 것, 웃기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