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으로 근무한 적은 없지만 언론사 곳곳엔 계약직이 산재했다. 그걸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걸 안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어렴풋이 알겠거니 했던 셈이다. 그러면서도, 다만 그 언론직 종사자라는 참 허울 좋은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거기에 가진 기대, 또 계약직이더라도 엄청난 엘리트겠거니 하는 그들의 기대 따위를 안 것은 더더욱 최근의 일이다. 모두 다 현 소속사와는 무관.
#. 후배 A
후배 A는 야생마 같은 애다. 제 삶의 기준에 벗어나는 것은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목에 핏대 세우고 누군가와 언성 높이기는 기본이요 약속이 있는 선배를 붙잡아 두고 펑펑 울면서 그만 두겠거니 다른 선배가 괴롭히느니 하는 걸 늘어놓는 데 죄송스러움 따위 없다. 그 후배가 언론사 입사를 포기한 것은, 지속해서 시험에 떨어지는 본인에 대한 회의도 있었겠으나, 승무원과 아나운서까지 싸잡아 지망해 봐도 어디서도 자신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는 데 반항심도 있었다. "이까짓 거 안 해요. ㅇㅇ는 방송 한 회에 3만원을 받는대요. 그러다 프리 선언 후 100만원을 불렀다가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군요." 후배의 말은 발악이었나 아니면 고민이었나. 아직도 모르겠다.
#. 사람 B
극렬한 페미니스트인 한 여자가 있다. 난 그 여자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는데, 그 이유는 그는 너무나 한쪽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모든 남자는 잠재적 범죄자에 자신보다 나이 많은 이가 존칭을 요구하면 맨스플레인이란다. 그러면서, 본인은 자꾸 야한 얘기를 해대거나 부담스러운 대화를 이어가길 원하고, 본인의 요구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식탁에 포크를 꽂을 정도로 난폭한 성질을 가졌단다. 그의 이야기를 옮길 필요는 없지만 그는 회사에서 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아도 그냥 꾸역꾸역 불만없이 다녔다. 그가 평소에 외치는 권리 행사에는 관심이 있었으나 어떻게 확보할지는 관심없는 소시민A로 보였다.
#. 선배 C
그 선배는 글 쓰는 것만 허락되면 계약직이든 뭐든 상관없는 이었다. 계약직들 사이에서 본사의 계약직인지 파견사의 계약직인지로 위계를 가른 후 그걸 누리는 데 익숙했으며 종종 회사의 물건이 사라지면 그 선배에 있었다는 소문이 흘러 나왔다.
그냥 어디든 다 사람 사는 데라는 것.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 야생마 같은 후배와의 점심식사가 자꾸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누가 말을 해도 듣지 않고, 여러 가지 거짓말을 늘어놓던 그 아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