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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힘들게 하는 선배

by 팔로 쓰는 앎Arm

여기 쓰는 건 성범죄를 저지른 일부 선배들은 제외하고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선배 유형이다. 짜증나지만 참아야 하는 대상들이다. 그냥 귀엽구나~하는 수밖에 해결책이 없는 이들이다.


#. 01


선배 A는 '넌 닥치고 내 말에 무조건 맞장구나 쳐'의 전형이다. 모든 이들이 씹힘의 대상이며 대화에 생기는 침묵을 '씹음'으로 넘기려고 한다. 함께 있으면 피곤하고 제동 걸리지 않아 따분한 유형이다. 이 유형에겐 무조건 '네 말이 맞으십니다'로 일관하는 수밖엔 없다. "난 선배고 넌 후배야 그러니 난 맞고 넌 틀림 ㅇㅇ" 따위의 생각을 가진 게 확실한 이에게 굳이 인간 대 인간의 대화를 기대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피해의식도 너무 많아서 그와 교류하는 모든 사람을 욕한다는 생각을 한다. 함께 있는 게 찝찝한 대상이다.


#. 02


선배 B는 착각에 빠진 인물이다. 내가 그에게 친절한 것은 그냥 모두에게 하는 예의일 뿐인데 혼자 착각을 한다. 주말에 좋은 밥집 알아뒀다거나 자기 일정을 같이 가자는둥 미친 소리를 해댄다.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그렇다. 그럼 주변 일부 남자 선배들은 또 헛소리를 하거나 일부는 자기도 숟가락을 올린다. 삼각관계라느니 망상이 따라온다. 그럼 나는 친절을 베풀길 중단한다. 그리고 문자 하나를 받는다. "사람 하루아침에 그렇게 외면하는 거 아니에요. 날 무시하는 건가요" 피해망상은 개나 줘라. 인턴한테 이런 문자를 보내다니.


#. 03


선배 C는 로맨스패키지에 출연하면 딱일 인물이다. "ㅇㅇ씨 마지막 날 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사실 ㅇㅇ씨 내가 슈퍼카드 써서 뽑았죠. 내가 억지로 뽑아서 ㅇㅇ씨를 힘들게 한 건 아니었나 싶어요. 내가 줬던 커피 기프티콘은 여기 사람들에겐 말하지 말하요. 여기 말공장이니까. 구구절절 구구절절 구구절절" 인턴은 장문의 문자를 받는다. 당시 그 회사 부장과 과장은 이 인턴에게 엉덩이에 뽕을 넣었다느니 강민경 엉덩이라느니 얼굴이 허옇다느니 미친 소리를 해대다 실력은 인정한다느니 당근을 주는 암튼 좀 또라이같은 조직이었다. 일베 주소를 보내주며 여기 있는 콘텐트를 기사로 기획해보자는 미친 소리를 했으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께서. 아니, 권력께서라고 해야 하려나. 그 조직 막내로 있으면서 매일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던 ㅇㅇ씨는 내게 저런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내 답장에 분개했다. "어쩌구저쩌구 어쩌구" 이후로 그는 갑자기 PD가 돼 다른 회사로 이직했으며 그곳에서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어마어마한 소식이 들려왔다.


#. 04


선배 D는 세상에서 자기만 옳은 사람이다. 책임감은 없고 누구에게 당근을 줄 생각도 전무하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면서 근무시간도 제멋대로다. 예컨대 오후 두 시에 와서 새벽 두 시에 간다. 오후 네 시에 와서 저녁 열한 시에 간다.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낮이 있는 삶을 산다. 막내인 나로서는 죽어날 지경인데 연차가 엄청난 다른 선배들은 회사 자체에 들어올 일이 없으니 천하태평이다. 돌아버릴 지경이다. 거기에 공부도 게을리 한다. 선배 시간 맞춰 애써 밥을 먹어주면 "내가 니 나이 땐 이렇게 저녁에 너랑 밥 안 먹지" 따위의 빻은 말을 해댄다. 저기요. 나랑만 있으면 자꾸 자기가 '놀았던 척'을 한다. 그러려니~ 들어준다. 그렇게라도 당신에게 위로가 된다면.. 치어쓰! 매일같이 늦게 와서는 늦게서야 밥을 먹자고 하는 이 분. 다른 팀이 저녁을 5시에 먹고 후딱 일에 집중한다면 밍기적거리다 저녁 8시, 9시가 돼서야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그게 참 당연한 걳처럼. 이제껏 본 고인물중엔 그나마 낫지만 그나마다. 어딜 가나 마찬가지려니 귀엽다~ 하고 말아야지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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