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로 쓰는 앎Arm May 04. 2018

퍽이나 자주 아프다

쓴물이 올라온다. 신물이라고 해야 할까. 아프다. 이유 없이 신물이 올라온다. 끙끙 앓다 숨 못 쉬는 줄 알았던 일에 이어 계속 속은 부대낀다. 지난 겨울 몇 달 죽만 먹었는데 또 그래야 하는 것 같다. 근데 그럴 수 없어서 힘든 중인데 정신력으로 이겨내야지 하는 걸 자꾸 개긴다. 몸이. 예전같지 않다. 예전같지 않은 건 몸뿐만이 아니다. 요새 부쩍 내가 늙었다는 생각을 한다. 좋게 말하면 여유 있어진 거고. 열정이든 롸잇나우든 모든 게 지난날을 이길 순 없으니까.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느리게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럴 수 있는 성격이 아니온지라.


일을 못하는 동안 아팠다. 딱 이틀이었는데 큰 행사 후 나도 모르게 긴장했을 몸이 풀려서인지 그걸 풀겠다고 어딜 가서인지 그리고나서 풀겠다고 이불 속에서 안 나온 탓인지 나도 모른다. 갑자기 아팠고 그 이후로 낫질 않고 있다. 꽤 자주 속이 아픈데 꽤 번거롭다. 먹고 싶은 것보다 저걸 먹으면 아플 게 너무나 싫어서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러면 나중에 아프니까 또 잘 먹어야 하는데 정말 '잘 먹어야' 한다. 세상 어려운 일이다.


엉망으로 끼니를 때우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그뿐인가. 두 번의 ㅇㅇ를 거치며 술 진탕 마시기를 그렇게나 해댔던 탓일까. 그 때 정신력으로 이겨내던 게 이젠 그럴 수 없다. 맥주 냄새도 싫고 고깃집 냄새도 징그럽다. 그뿐인가. 기름진 먹방을 보면 토할 것 같다. 골이 흔들린다. 징징거리는 게 아닌 그냥 기록이다. 이 때의 내가 이랬구나 하려고. 그러고 보면 가끔 겨울에 이따금씩 심하게 아팠던 속이 최근엔 조금만 제딴엔 위험해져도 난리부르스를 쳐댄다는 생각이 된다. 이제 알았네. 씁. 뭐 하나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성격 탓에 쉬는 동안에도 일을 끝내고 싶어서 온세포가 난리인 몸 탓에 참. 뭐 이런 오바가 다 있나.

매거진의 이전글 추운 겨울 끝을 지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