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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May 13. 2018

지극히 편안하고자

시간이 흐르는 것을 감지할 수도 없다. 빌딩숲이라 날이 더워진 것은 아직 모르고 추위는 익숙하다. 추운 게 낫지. 더우면 또 더운 거겠고 그러다보면 금방 크리스마스가 오겠거니 한다. 그럼 새해가 올 거고 시간은 더 빨리 달릴 거다. 지극히 편안하고자 이 공간을 찾았던 시간이 떠오른다. 쓰고 싶다, 기억하고 싶다 따위의 생각으로 찾았다. 평온을 유지하고자 덜어낸 것들이 모이니 어느 한 단면이 된다. 기쁜 것은 가슴에 숨겼고 지키기 위한 건 남겼더라.


방방곡곡까진 아니더라도 여러 곳을 오가다보니 꽤 긴장한다. 나는 모르는데 몸이 그렇다. 잠을 안 자도 잠이 안 오고 쪽잠이 들었다가도 새벽엔 금방 눈이 떠진다. 신물이 올라오기도 하고 긴장이 안 풀려 뜬눈으로 새벽을 또 맞이하기도 다반사다. 


그러나 압박이 쌓여 마음이 아팠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그런 나쁜 곳에 있던 기억을 언젠가 돌아보며 더 이상 아픈 것이 되지 않을 날이 오려나 싶다가도. 그게 맞는 건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글쎄. 생각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인간이 나은 건지 행복한 것도 의미가 있으니 잊자는 인간이 나은 건지 혹은. 뭐 어떤 인간이 나은 건지 종종 궁금하다. 어떤 인간이 될 지에 대해서 말이다.


파악하지 못했던 상처들이 쌓여 나를 쉬게 했던 과거. 쉬는 데 익숙하지도 상처 받았음을 드러내는 것에 능숙하지도 않았던, 간절함에 목말랐던 지난날. 지금의 나는 어떤가. 나아진 환경 덕분에 고통스러워 할 일은 줄었지만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떨까. 비굴과 존중을 제대로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나 혹여나 그렇지 않으면 어떨까. 


검은 마음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미리 알아볼 줄 아는 사람들 속에 있는 건 꽤 운이 좋으나 혹시라도 그게 허락되지 않게 되면 어찌 될까. 쓸데없는 생각이란 건 알지만 대부분의 시간 그걸 누리지 못했기에 혹은 아픈 게 지나간 지 얼마 안 됐기에. 나는 어떤 인간이 돼 저 상황을 다시 맞이할까. 그런 생각을 한다. 말해 무엇하나. 역사 속에 반복됐고 지금도 반복되는 그런 더러운 일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그런 것.


이러나 저러나.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내 마음은 어떠한가. 치유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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