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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May 22. 2018

지난 날을 돌아보다

역시나 쉬는 날에도 일을 하면서 비내리는 창가를 내다보니 기분이 썩 좋다. 나쁘지 않다. 사람마다 기질이 있고 그닥 벗어날 수 없음을 느끼는 중인데 나는 아무래도 그런 쪽인 것 같다. 일하는 게 좋은 사람. 여기서 일이란 정말 순수한 의미의 일을 말한다. 종종 늦은 시간 집에 돌아가며 그런 생각을 한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이 없었던 일들이라면, 그래서 원래대로 그 곳에서 거래소를 출입하고 정당을 출입하면서 그렇게 살았더라면 또 어떤 방향으로 인생은 흘러갔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우습게도 그런 일들을 두 번씩이나 겪은 후에도 나는 이 일에 미련을 버릴 수 없다. 그것에 대해 이상한 질문이 있었는데 사라졌다. 최근 한 취재원이 그런 일을 겪고 인터뷰까지 실명을 걸고 했던 분이었는데, 다른 사석에서 누군가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말을 하더라. 그 말을 듣고나니 그간의 고민은 싹 사라진 정도는 아니어도 그냥 그 고민의 공간에 '텅'하고 누군가 두드리고 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럼 그런 일이 아니었다면. 그랬다면.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내가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나란 인간은 글을 쓰고 싶어한다는 것. 부정할 것 없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글로 상 타고 말로 상 받고 글로 전국 1등 숫자를 받아보고. 그랬던 인간. 그런데 무슨 그런 일을 없던 것처럼 살아왔던 내가 등신이었던 거다. 그냥 나는 글이 쓰고 싶은 인간. 구질구질한 나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을 기록하고 싶었던 인간. 그 중에서도 들어줄 이 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고 싶었던 인간. 그런 이상한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었던 셈이다.


그러면서도 유도리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는 답답해하는 그런 인간. 큰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믿는 인간. 모순적이게도 그러면서도 하루하루 품어내지 못하는 것들에 피가 끓는 인간. 골치 아픈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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