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로 쓰는 앎Arm Sep 29. 2018

대단치 않은 스트레스

지나갈 걸 알아서 굳이 여기저기 떠들 필요 없는 스트레스들이 있다. 이를테면 회사에서 막내로서 해야 하는 일들, 참아야 하는 것들 등이다. 나름 관리자의 위치에도 있어봤기 때문에 이거나 그거나 도긴개긴인 걸 알아서 그런가 그냥 감내하게 된다. 각자의 자리에 맞는 고민들이 있다는 걸 알고 뭐 어딜 가나 별 수 없게 되리란 걸 깨달아버려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찾아오는 고민 지점을 마주하고 나면 그만 손쓸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럴 때면 오지 않는 잠을 청해보거나 영화를 주구장창 보면서 얼굴에 토너를 주구장창 바른다거나 그저 호가든 혹은 알밤 막걸리 따위를 꺼내 들이킨다. 뭐 별 수 있나.


고통스러워 하루종일 몸부림치다가도 이건 그저 삶의 무게일 뿐이다, 내가 지탱하는 수밖엔 없다 따위의 생각으로 나를 위로한다. 몰아치는 일정들에 허덕이면서 때때로 공포를 느끼다가 또 그냥 참고 만다. 이 수밖엔 별 다른 게 없지 않나. 다른 공포는 더 싫으니 이게 낫다고 나를 위로하는 거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어른들 말 따라. 사는 건 참 어렵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는 법은 더 어려우며 사람 노릇을 하는 것은 나이들수록 더욱 어려운 일이 되겠구나 하는 걸 느낀다. 하는 게 어렵다는 게 아니라 역할이 늘어나고, 그것을 아무렇지 않은 체 감내해야 할 것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나이가 되면 새로운 지혜가 생겨나려나. 아니면 오늘처럼 답 없는 속상함에 씨름하려나.


화풀이의 대상이 되는 것도, 누군가 나를 의지해 뒷담화를 수시간이고 내게 털어놓는 것도, 내겐 솔직히 버겁다. 너무 힘들지만 누구나 그렇게 산다는 걸 아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고 하는 거다. 속이 상하지만 고민은 만들면 고민거리이지 그저 넘기면 별 일 아닌 게 될 수 있겠거니 하는 희망으로 다시 넘기는 거다. 그냥 내 고민은 과거엔 그렇게 넘긴 것들이 결국 내게 독이 됐는데 그걸 방지하려면 매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거다. 그저 둔하게 있고 싶은데 매순간 불러내 툴툴대는 사람 따위를 마주하고 나면 온몸의 에너지가 쏘옥 빠져버린다. 그래서 사소한 것에 자꾸 감동하면서 오늘도 일상의 감동을 찾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콘텐트를 만드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