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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Nov 24. 2018

가만히 있으면 체하는 이유

젊음의 특권일까. 아주 지랄맞다. 옴짝달짝 못한다. 마음 말이다. 하고 싶은 게 많아 들썩이다가도 일상을 소화하고 나면 지쳐 넉다운된다. '도대체 예전엔 어떻게 그러고 다녔지' 하는 때이른 생각을 벌써부터 한다. 어르신들이 보면 어이 없을 일이다. 이제는 안정감을 느껴서일까. 정의감에 불타던 것들이 점점 현실을 마주한다. 그러니까. 선배가 틀린 일을 할 때 불안해 미치던 그 마음이 이제는 '저런 인간도 있지' 따위의 것으로 그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곱씹지도 않는다. 그렇게나 경계하던 '그러려니'를 배워버렸다. 일상에서 만나는 아주 작은 부조리들에 '이런 걸 넘기면 사회는 변하지 않아'로 대응하던 것에 대해서다. 오타 하나, 작은 표현 방식 등 국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 그리고 기본권에 대한 것들. 작은 것에서부터 무시되는 것들이 많다. 몰라서 그럴 테다. 예전엔 직업이 직업이니 일할 때는 결과물을 위해 다 교정하려 들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하게 된다. 상대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어이 없고 슬프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사회생활이란 게 그러니. 누구 말 따라 '대세에 지장 없으면' 넘긴다. 그 대세라는 걸 누가 정하냐고? 그렇게 따지고 들면 어려운 문제가 되겠지만. 그냥 잘 모르겠다.


선배 A는 기획 리포트를 맡을 때마다 극도로 예민해져서 주변인에게 화풀이를 한다. 이 일 하는 사람 누구 하나 예민하지 않은 사람 없다. 그저 티내지 않을 뿐. 모두 다 같이 한 때는 어떤 정의를 꿈꿨기에 이 일을 한다. 흘러 들어온 사람은 없다. 이 조직에서 내가 만난 사람 만큼은. 물론 내가 그들을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밟아온 궤적으로 유추하면 그렇다는 거다. 그럴 땐 저 멀리서 '당신은 그렇군요' 하고 선을 그어준다. 몇 번 반복해서 받아주지 않다 보니 자기도 제풀이 지쳐 그만 두거나 시도를 몇 번 또 하는데 내가 화제를 돌려 버리면 몇 번 말하다 짜증을 내고는 그냥 말아버린다. 나는 그 선배가 어디 나가서 데이트라도 하고 누구든 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다. 하지만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알게 된다. 생각보다 꽤나 집-회사 루트인 사람이 많다는 것.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이 일을 택했고. 나는 나대로 가면 된다.


두통이 잦다.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벌써부터 체력이 달린다는 생각이 든다. 한심하다. 나이도 어린데 사회물 좀 일찍 먹었다고 벌써 주저앉을 생각인가. 그게 아니니까 내 마음이 이렇게나 이리 저리 널뛰는 걸 테다. 안정감과 성취의 평형점을 찾는 것은 어려울 테지. 이것저것 해보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요즘 따라 더욱 느끼는 건 버티는 것도 능력이라는 거다. 버티는 것의 질은 물론 높음 품질로. 엉망진창 끌려다니는 것 말고 말이다. 그래서 주변인을 사랑하고 챙기고, 내 자신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다. 식상한 말이지만 인생은 마라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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