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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Nov 24. 2018

기사를 쓰는 기자의 태도 ①

발제할 때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사건 발생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이슈를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늘 생각하던 관심사가 있으면 가장 좋지만 교육 분야에 한정된 매체 특성상 모든 걸 다룰 순 없다. 독자층의 연령대도 전연령대, 고등학생, 어린이, 대학생 등 일반 관심사에 속한 많은 이가 아니라 특수한 편이다. 이들의 구미를 맞추면서 이들의 부모 연령대의 목적까지 적당 수준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발제는 때론 쉽고 어떨 땐 어렵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주로 쓰던 견습('수습' 표현이 맞지만 당시 내가 속했던 매체에서는 '견습' 표현을 썼다. 그 때를 회상하는 의미로 견습 표현을 썼다) 시절에는 쓸 거리 투성이었다. 사건은 매일 발생했고 관련해 발전 기획 기사를 쓰는 것도 대체로 어렵지 않았다. 첫째, 일을 좋아했다. 둘째, 당시 부장 표현에 따르면 사건 냄새를 잘 맡았다. 셋째, 당시 모 선배 표현에 따르면 글을 잘 썼다. 맥을 잘 짚었다.


기획 기사를 주로 쓰는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 앞서 말했듯 발제 단계부터 품이 많이 든다. 직관적으로 냄새를 맡아 취재 후 기사를 옮기기까지 단 하루. 그 하루에도 몇 건의 취재, 작성까지 동시에 해냈던 과거와 다르다. 호흡이 길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는 사실상 배다. 단 건 기사를 끝낸 후 하루를 멋지게 마감하는 느낌과 달리 기사에 따라 길게는 약 한 달 간 품이 든다. 다른 기사들도 처리하면서 말이다. 이 일이 힘들지는 않다. 기획 기사를 잡고 있는게 관건일 뿐이다. 이 때 쓰는 '힘들다'는 정신적인 걸 말한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모 회사들과 달리 동선 보고를 하는 곳이 아니다. 물론 내가 속한 부서가 기획 기사를 주로 써내는 곳이라 그럴 테다. 입사 초에는 수개월간 회사에서 온종일 보냈지만(취재 전 출근, 취재 후 복귀한다, 이후 늦은 식사까지 함께 한다. 이후 복귀한다) 최근 한 달째는 선배들처럼 '보다 자유로운' 형태를 띄고 있다. 덕분에 심층 취재를 원하면 얼마든지 취재원을 만나고 취재처에서 몇 번이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대개 이 시간에 많은 결과물이 나온다. 밖에서 물어온 맛있는 재료들이 있으면 이제 자리잡고 앉아 제대로 요리만 하면 된다. 요리를 준비할 때 '특정 요리'를 원하면 어떤 식재료를 살지 미리 준비해 사오듯 취재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기획 단계에 품이 많이 든다는 거다. 공정함, 사실 확인 등은 이 때부터 면밀하고 비중있게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기사를 써낼 땐 기획 기사가 스트레이트와 다른 부분이 있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처음 배울 땐 낯설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자기 주장 강한 언론고시생이 보기엔 더 그럴 수 있다. 혹시 시사교양PD를 준비하다가 기자로 전향했을 때도 그럴 테다. 기자에게 자기 의견은 사치다. 기사를 쓸 때는 말이다. 그래서 기사를 쓸 땐 냉정하고 한 발 물러선 자세로 써야 한다. 이미 기자 안에 품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취재를 충실히 했다면) 글로 옮기는 것들은 '건조해도' 이야기가 가득하다. 제대로 된 독자는 파악한다. 이 기사가, 또 기자가 얼마나 객관적이려고 노력했는지를. 요즘 나오는 '기레기' 혹은 언론사 특성에 맞게 편집된 자극적 기사 등은 제외한다. 그런 기사들은 목적이 당연하게 존재하는 기사다. 이는 비판할 것만은 아니다. 기자라는 직업의 탄생이 본래 그랬다. 각자 정치적 목적에 따라 각 진영의 구미에 맞는 글을 써냈고, 이게 오늘날 '언론사의 성향'이라 부르는 것의 시초다. 그게 당연했던 시절이다.


따라서 기획 기사를 쓸 땐 더 많은 취재를 해야 더 건조하지만 알찬 기사가 나온다. 이 때 논문, 책 등에서 짜깁기하듯 기사를 써내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는데 정말 필요한 근거가 아니라면 지양해야 한다. 기사는 논문이 아니다. 항상 최초 교육에서 받듯 '기사는 중학교 2학년생도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중학교 2학년 학생' 수준이란 브런치에 들어온 독자들(기본적으로 글에 관심이 많고 '텍스트'를 찾아 읽는 독자)이 아닌, 지극히 '일반적인' 수준을 말한다. A4 한 장 분량 글도 읽기 힘들어 하고, 글보다는 영상이 익숙한 이들. 혹은 만화가 더 친근한 이들 말이다. 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기사에 쓸데없는 표현이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덜어내기'를 하는 이유다. 가끔 독자들은 어떤 기사를 읽으면서 '말투가 불친절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사의 '내용이 친절했다' 혹은 '알찼다'면 된 거다.


① 기사를 쓰는 기자의 태도 ①

② 지면 기사와 온라인 기사, 고양이로 알아보자 ①

③ 취재원을 대하는 기자

④ 기자에게 생기는 직업병

⑤ 기사를 읽기 전에 독자가 알면 좋을 몇 가지

⑥ 일부 언론사의 고질병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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