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로 쓰는 앎Arm Dec 23. 2018

우리는 영원히 살지 않으니까

완벽한 계획이란 건 없다. 완벽한 절차도 없다. 그저 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 내가 가야할 길은 그거다. 내가 원하는 일, 길을 위해 계속 걸어야 한다. 힘이 쭉 빠지는 일들, 선택의 기로들.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갈 때가 가장 바르다. 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니까.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니까 말이다. 때로는 한없이 약해져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고 싶고, 때로는 부담 주는 누구를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 조용히 마음의 소리를 듣기로 하자. 반복적으로 내게 말하는 이유는,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포착할 수 있다. 뭐. 그 정도가 너무 예민해서는 안 되지만 울리는 사이렌을 너무 무시해도 안 되는 것. 그간 나는 사이렌들을 철저하게 무시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좀 듣기로 하자. 공황장애까지 얻은 마당에. 내가 현생에서 기억할 인생은 지금 한 번뿐이라는 걸 다시 되새기자.


사람은 모두 얼마간의 불안을 안고 산다. 완벽하게 행복한 상태에서는 왜 행복하지 라고 의문을 품고 몸이 아프면 몸만 나으면 이라는 불안을 품는다. 취업 전에는 불안하고 취업하고나서도 불안하다. 그러니까 불안은 어차피 달고 가는 친구라면, 그 친구를 그냥 잘 데리고 가는 요령도 익혀보는 거다. 불안하면 미친듯이 동력 얻어 다른 일을 하는 것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견뎌보는 거다. 애매함을 견디는 것. 이게 늙음의 징후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걸 능숙하게 해내는 것도 삶의 지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손놓고 있으라는 게 아니라, 불안한데 어쩌지 하고 발을 동동 구를 때, 할 거 다 해봤을 때.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자'는 내 모토에서 후자에 지금보다 조금 더 무게를 실어보자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 몸 관리가 필수적이다. 오늘 영양제를 몇 통이나 샀다. 먹는 게 귀찮고 살찌는 게 더더욱 싫어진 요즘. 영양제라도 먹겠다고 생각해본다. 물론 혹자는 영양제 먹을 거면 한 끼를 잘 챙겨먹으라지만, 자. 뭐라고? 현실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그러니까. 영양제다. 


사람이든 날씨든 뭐든간에 질려버려 몸이 먼저 뻗은 중에. 그중에도. 주말에도. 가리지 않고 오는 업무 연락들. 나아가 무례한 통보의 말들. 뭐가 이렇게 힘드니 싶었는데 늘 어디서나 통보나 듣고. 거절이나 듣고. 힘껏 해내면 당연하고. 그런 일상이 반복되니 병이 안 나는 게 이상하다 싶다. 이럴 때일 수록 필요한 건 사랑이다. 사랑을 잘 모르니까 엉망진창으로 나를 사랑했는데 이젠 좀 잘 사랑해봐야겠다. 많이 쉬고 움직이고 쓰고 찍고.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그런 소소한 공간의 힘을 다시 얻고. 그래야겠다. 미열이 있으면 약을 바로 먹고. 뭐. 그래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취재원을 대하는 기자의 태도' 글에 앞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