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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Dec 23. 2018

삶을 대화로 꽉 채울 수 있는 사람

현재 속한 직장을 고를 때 첫 번째 기준은 '제대로 된 곳을 가자'였다. 이 '제대로'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됐다. 다양한 오퍼를 받았지만 이 곳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지속 가능성이다. 즉,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기업 문화. 어딜 가나 토나오게 힘든 건 매한가지니까 기업 문화라도 덜 거지같길 바랐던 거다. 그래서 골라서는 뭐 나름 만족하고 있다. 힘들지만, 만족한다. 다 가질 순 없으니까. 이 직장을 오기 전 한 달을 쉬었다. 여러 오퍼들을 받았고 만남도 가졌는데 그러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첫째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둘째는, 기자를 그만 두고 싶었다는 거다. 셋째는, 어설프게 참여하는 거 말고 필드에서 뛰고 싶다는 거였다. 필드란, 기자 말고 다른 의미에서 발로 뛰는 직업. 어쨌든 기자는 현장을 리드하는 게 아닌 관찰자의 입장이니 여우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앞뒤 다른 사람은 더더욱. 


이 때문에 로스쿨이든 뭐든 다른 길을 검색해보다가 말곤 했는데. 당시로서는. 그러나 시간이 흐려지면서 그 생각도 다시 사라졌다. 바람처럼 지나간 생각이었으니. 기자를 하고 싶었던 처음 마음에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곳에서는 분명 실현 가능한 꿈이리라는 믿음도 있었다. 기자 개인이 브랜드화되고, 다른 창구를 통해 스스로 목소리를 낸다면, 얼마든지. 사회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이름 직책 이름 직무 다 떼고서 말이다. 그래서 결국은 기자로 돌아왔다. 좀 더 다른 마음가짐을 들고서.


그런 고민을 하던 게 벌써 1년이라니. 시간이 뚝딱 잘도 흘렀다. 앞으로 시간은 더 빨라질 테지. 그걸 생각하면 뭘 해야겠지 싶으면서도 아서라 견디는 방법을 배워라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좀 더 구체화된 일들을 머릿속에 그린다. 예전엔 그저 기자가 되면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생각했다면, 이젠 내가 기자를 꿈꾸면서 관련 활동을 하던 것처럼 사회 참여를 하고 싶어서 뭔가 다른 걸 그린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려고 하는 것. 그것뿐이다. 거기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마음가짐의 변동 등도 포함된다. 뭐. 이게 사실상 다라고 볼 수도 있을 테지만. 초점이 달라지면 보는 장면이 달라진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건 복이다. 운도 좋다. 물론 가지고 싶어서 온갖 노력을 다했으니까 얻은 거지만. 그러니 더욱 값지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걸 좀 더 보고 싶다. 주변에서 하는 시시껄렁한 선배들의 열등감, 질투 섞인 일부 개소리는 무시하고. 좋은 선배들의 가르침 있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들이 제시한, 욕심 있는 길을 따르면서. 세상엔 배울 게 많고 신변잡기에 시간 낭비하기엔 인생이 아깝다. 나는 더욱 더 나아질 것이다. 또 있다. 진정 배울 수 있는 사람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좋은 영향을 교류하고,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대. 그런 상대들을 늘려 서로의 환경을 풍요롭게 하는 것. 기자로 일하는 데 들고 온 또 다른 마음가짐이다. 그런 상대를 반드시 찾아내 수를 늘려 나가겠다는 것.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찾는 일은 운명을 만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을 지도. 그만큼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렇게나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그런 희망이라도 걸어보는 게 어떨까 하는 거지 뭐. 삶을 대화로 꽉 채울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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