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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Dec 31. 2018

올해의 책 혹은 출판물

여름까지 했던 독서모임, 벌써 1년 가까이 맡은 서평 코너 등을 미뤄보아 어림잡아도 읽은 책이 200권은 족히 넘는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책을 굳이 꼽지 않은 것은, 이미 올해 초 글에 '이상한 정상가족'에 대한 글을 적었기 때문. 그 밖에 '모멸감', '롤러걸'(학생용 책이지만 어른에게 더 추천한다), '지조론'이 추천할 법한 책이다. 나 개인에게는 꽤나 울림을 준 책. 한 권을 꼽을 순 없고 그저 이 네 권이 울림이 컸다는 것 정도만 기록해두겠다. 200여 권 중의 네 권이니 기억에 남을 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 혹시 이 글을 보는 분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두길 권한다.


책이든 기사든 나는 텍스트 플랫폼을 가리지는 않지만 종이를 선호하긴 한다. 뭐. 굳이 세분화하자면 책은 종이, 기사는 스마트폰으로 더 많이 읽는다. 아침에 읽는 종이 신문을 제외하고서는 말이다.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기사를 읽는 경우 대개 페이스북으로 이용한다. 페이스북은 어쩐지 찝찝해서 사용을 얼마간 안 하다가도 결국 왓챠와 브런치가 연동돼 있어 다시 계정을 복구하곤 한다. 어릴 때는 페이스북에 뭐 하나 올리면 큰일나는줄로만 알았는데, 살다보니 그렇지 않더라. 그렇다고 뭘 막 올리는 건 아니지만 뭐 공유한다고 해서 큰일이 나고 이러는 건 아니더란 말이다.


여전히 SNS는 내게 미지의 세계다. 그래서 나는 내가 참 아날로그형 인간이구나 하는 걸 종종 느낀다. 물론 뉴미디어 분야서 본의 아니게 아주 활발히 일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내가 좋아하는 건 종이다. 방송도 아니다. 종이더란 말이다. 종이를 만지고 종이에 손을 다치고 종이를 붙이고 밑줄을 긋고 책을 덮고. 그런 모든 종이와 책의 물성이 내겐 정말 매혹적이다. 책을 펴겠다는 소망을 현실로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이리라. 뭐. 아직까진 그저 누구나 꿈꾸는 '책 한 권 내보고 싶다'에 불과하지만 생각보다 내가 그걸 꽤 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일인데 왜 이리 확신이 없냐고. 내 브런치를 오래 구독하신 분은 아시겠지만 사람 생각이란 게 시시때때로 변하기 마련이라 기록하는 게 싫었다는 회고가 내 글 초반에 있다. 큰 줄기는 변하지 않더라도 뭐 이런 '책 내고 싶다' 따위의 혼자 하는 생각이란 건 들다 안 들다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누굴 기다리거나 시간이 붕 뜨면 종종 책방에 간다. 인기 코너를 둘러보는 게 아니라 원하는 분야의 책이 꽂힌 서가를 간다. 인기 코너에 있는 책은 출판업계 트렌드를 말하듯 포기, 위로, 위안, 희망, 그만해, 들어줄게 따위의 것을 말한다. 달콤한 위로의 말이 불필요한 건 아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자기계발서가 날개 돋힌듯 팔리던 시절도 있던 걸 보면 유행 따라 시간 따라 책도 변한다. 그중 몇 권이 살아남아 후세에 전해지겠지. 그 유행이나 이 유행이나 내 구미에는 맞지 않아서 나는 원하는 분야 책을 골라 읽곤 한다. 그러다보면 또 사지. 아. 올해의 변화 중 하나.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책을 구매하는 수가 확 줄었다. 책은 무조건 사서 읽어야 한다는 파였는데, 아니. 서울시청 도서관 문턱을 제집 드나들듯 간다. 가면 책 소독기도 있는데 그게 뭐 잘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딱 한 번 써봤는데 이후로는 한 번도 안 썼다. 빌린 책을 한 움큼 안고 읽노라면 머리가 띵할 때도 있고 마음이 간지러울 때도 있다. 책은 내가 설레고 싶을 때 설레게 해준다는 점에서 사실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어쩌면 사람보다도 더 나을 때가 있다.


제목에 책이라 쓰지 않고 출판물이라 쓴 이유는 또 있다. 내가 읽는 게 책이란 형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 책이 출판물에 들어가지만 일반적으로 출판물 하면 책을 떠올리니 둘을 나눈 것도 있다. 각종 공공기관서 발행하는 잡지도 읽고, 홍보물도 읽고, 회사에서 보내주는 잡지도 읽고 뭐도 읽고 뭐도 읽고…. 그 모든 물성들이 다 내게 아주 작게라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단순히 책이라고만 쓰기엔 그들에게 미안해서다. 회사에서 보내주는 잡지든 언론재단에서 발행하는 것이든간에 모든 게 다 지나고 보면 배움이고 돌아보면 쌓인 것이 하나쯤은 있더라. 그래서 오늘 하루도 충실해야 마음이 놓이는 이유고 뭐든 하나라도 찾아 읽어야 마음이 가라앉는 이유다. 가만 보면 자다가 발작하고 소리지르고 악몽을 꾸는 이유는 이런 강박증에 있다 싶다가도, 사실은 다 상관없고 오히려 이 물성들로부터 치유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앞서 말했듯, 사람 생각이란 이랬다 저랬다 한다. 가득 쌓인 이 물성들을 잘 뽑아먹는 건 결국 내 영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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