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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Dec 31. 2018

올해의 잘한 일 세 가지 + ɑ

1. 혼자 살기 시작했다. 혼자 산다는 건 많은 걸 함축한다. 사람 하나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하는 일, 때론 경계해야 할 일 등이다. 누가 오면 숨죽이고 건물 앞에 수상한 사람들이 있으면 에둘러 가고 한적할 때 지나는 발걸음이 있으면 스마트폰을 보다가 늦게 들어가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자율적으로 하루를 구성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마련돼 있으니까 말이다. 생계를 꾸리는 일, 소비를 재정비하는 일, 앞으로를 생각하는 일. 내 안의 중심 대부분은 이 혼자만의 환경에서 이뤄졌다. 잘 하고 있으니 격려해주도록 하자.


2. 운동과 더 친해졌다. 체력 단련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식이요법도 꾸준히 유지 중이니 좀 더 버텨보자. 꼭 필요할 때를 위해 항상 준비된 사람이어야 하고, 어른이니 자기 몸에도 책임져야 한다. 아프면 나만 손해고, 병원 값만 더 든다. 겨울엔 따뜻하게 입고 아프면 제 때 약을 먹고. 내 몸 상태를 면밀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운동은 더 필수적이다. 선택의 여지가 있는 대상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존재란 말. 새해에도 운동은 더 폭넓게, 하고 싶은 수영 위주로 열심히 할 예정이니 이 또한 격려해주도록 하자.


3. 이직을 했다. 기자를 계속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가서 버티자'가 아닌 '지속가능성'을 보자는 기준을 두자 놀랍게도 기업문화가 좋은 곳에 왔다. 악몽을 자주 꾸거나 자다가 화를 내며 일어나거나 혹은 사람 특히 아저씨가 많은 곳은 여전히 가면 힘들고 가능한 피하려 하지만, 이 회사에서 게속 열심히 일하면서 내 치유에도 힘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물론 일은 많지만 언제나 생각하자. 일이 많으면 감사한 것. 이직이란 말에 포함된 내 모든 노고와 이후의 긍정적인 변화까지 모두 격려해주도록 하자. 1년의 8할을 차지한 '일' 항목이 행복하지 않으면 삶이 불행하다. 그러니 행복한 지금을 축복하고 유지할 수 있게 응원해주도록 하자.


생각거리 1. 여름에 여행을 다녀왔다. 다가오는 내년에는 혼자서도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필요한 때가 아니면 분위기에 밀려 여행 가는 건 하지 말자는 교훈도 얻었다. 그러니 내년에 해외여행을 갈지 안 갈지는 미지수지만 하나는 알았다. 무작정 떠난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고, 쉬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면 평소에 그랬듯 집콕하면서 뇌가 자유롭게 굴러가도록 두면 된다. 그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반드시 필요한 여행이 아니라면 말이다.


생각거리 2. 기자를 당분간 쉴 마음으로 지원, 합격했던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고민 끝에 이직했는데, 아직도 대학원에 가고 싶은 마음은 한 켠에 남았다. 하지만 당장 어디든 원서를 넣지 않은 건 정말 뭘 하고 싶은 건지 생각할 여지를 두기 위해서다. 언론을 전공하는 것도 좋지만 연기도 배우고 싶다. 취미로서의 연기. 내 개인의 치유에 정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후자를 고민하는데 어쩔지는 아직 모르겠다. 정말 그냥 얕게 고민하는 정도.


생각거리 3. 열심히 해서 손해본 경험이 많은 사람은 몸을 사리게 된다. 그래서 사회생활은 요령이라고 하는 건가. 이 요령을 익히는 게 늙음의 징후라고 생각해 그토록 경계했는데 이제 뭐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은 여전히, 나는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볼 거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그래서 체력 관리가 필요한 거고 말이다. 늘 해가 바뀌어도 큰 감흥이 없었는데 올해는 느낌이 새롭다. 이직의 덕인가. 이직을 정말 잘 한 것 같구나 그럼.


생각거리 4. 워킹홀리데이 등의 형식 말고 해외 기업에서 리쿠르트 하는 데 지원해서 제대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미국, 영국, 일본. 역시 미국이 제일인가. 하지만 생각만 할 뿐 실행에 옮길 생각은 당장에는 없다. 주위에 역할 모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국내 취업 안 돼서 쫓기듯 나간 사람 말고, 국내서 파견나간 사람 말고, 제대로 해외 기업 리쿠르트에 정정당당하게 응해 일하는 사람. 전자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 외국 나가 일할 거면 아직은 내가 후자를 지향해서. 평생 일할 생각은 없고 그저 2~3년 정도 있다 오고 싶은데, 뭐 '하면 된다'가 모토지만 내가 정말 이걸 하고 싶은 건지 그냥 여행지 고르듯 로망으로 고르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생각만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한국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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