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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편한 '인간의 망각'

by 팔로 쓰는 앎Arm

오랜된 관계에서 한쪽에 비틀린 권력은 한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오래된 친구관계 또한 그렇다. 혹자는 이런 말을 했다. "한 번 잃어버린 관계 그거, 다시 주워 오는 것 아니야." 나는 그 말을 꽤나 오래 잘 따랐다. 하지만 나이가 점차 들고 내가 지나온 궤적들의 흔적을 가진 인간 군상을 싸그리 무시할 순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지치기' 잘 하던 똑부러졌던 나에서 '조금은 열린 마음'의 내가 되었다. 그러나 근 2년을 그렇게 지내보니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게 결론이다. 지나보낼 관계, 감사한 것을 당연시하는 관계는 렛잇고 하는 게 맞다. 또, 언젠가부터 상대가 내게 '만나자'고 연락이 오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얻는다면 그 관계 역시 빠이빠이. 영차영차 그들을 하나하나 옮기고 갈 필요가 없다.


상대가 내게 열등감을 느끼고 나를 깎아내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속칭 '빙그레 XX'라고 부르거나 '꽈배기'라고 불리는 자들이 그렇다.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에게 내가 화풀이 대상이 되어주고 있던 거라면 그 느낌이 든 순간, 그 관계로부터 멀어져야 하는 게 맞다. 이런 친구가 하나 있다. 입만 열면 거짓말에 남자친구가 생기면 연락 두절. 남자친구랑 싸우면 구구절절. 연애를 담쌓듯하고 사는 내게 사회에서 연애 경험 없는 이들을 깎아내리는 성적인 단어로 나를 지칭하며 연애가 끊이지 않던 자신을 위로 치켜세운다. 정작 나는 그 애가 연애를 하든 말든 관심도 없고 남자를 많이 만났다는 게 흠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자기 혼자 괜히 그런다. 그 애와 나의 대화 공간에는 우리 둘 뿐인데, 그 애는 대체 누굴 의식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그러니까, 상대와의 대화에 상대와 내가 있는 게 아니라 그 애 상상 속 군중이 있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그 애에게서 멀어져야 한다.


그 애는 위험하다. 입만 열면 거짓말, 늘 나를 속이는 것, 내게 부럽다고 말하며 내가 가진 것들을 하나씩 깎아내리는 것. 그 전엔 그런 말 따위에 흔들리던 내가 아니었는데 그 때의 난 아마 순수해서 상대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말한다는 걸 하나도 깨닫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불편하면 단번에 잘라내고.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물을 수 있었겠지. 이제는 안다. 나이가 차츰 들고 사회에 정말 오조오억개의 인간 군상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그렇게 억한 심정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열등감르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슬프게도 알아버렸다. 이 말을 쓰는 지금도 참 마음이 아프지만 내가 내 자신하게 좀 더 강한 사람이 되라고 닦달하려고 쓴다. 나는 마음이 너무 약했다. 늘 내가 스스로에게 강조하듯 이 세상은 내가 사랑하는 것을 보듬는 데도 벅찰 만큼 할 일이 널리 공간이다.


이밖에, 조직의 막내로서 감수해내는 선배들의 화받이, 선배들의 기억 못함으로 인한 덤탱이, 선배들의 투덜거림 받이 등에 대해서도 참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는 걸지 늘 고민이다. 나는 작년에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는 선배에게 거리를 뒀다. 그랬더니 그 선배는 내가 그저 아파서 자기랑 안 놀아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담 앞으로 아픈 척해야 하는 걸까 하는 웃기는 생각도 든다. 그냥 이렇게 쓰더라도 나는 또 잘 대처해 나가겠지만 그 선배를 마주하고 그 선배가 커피를 먹자 할 때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떤 관계에서든 자기 말만 하고 상대를 무시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다. 특히 그 선배는 내게 한 말과 다른 선배들과 있을 때의 태도가 확연하게 다른데, 이는 인간은 그렇지 하고 넘어가면서도, 누가 본인에게 조금만 그런 행동을 해도 얼굴까지 파르르 떠는 그 선배의 모순을 보면서, 나는 어쩐지 그 선배가 불쌍하기도 하고, 거리를 더 두고 싶기도 하고, 뭐. 그런 마음만 든다. 특히 자기 좋을 때만 열리는 귀, 듣기 능력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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