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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뭔지 명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by 팔로 쓰는 앎Arm

그러니까 나는 좀 궁금하다. '진짜 내 모습'이란 게 정말 있는 거냐는 말이다. 뒤의 말까지 끝까지 읽어주길 바란다. 나는 분홍색을 좋아한다. 분홍색, 보라색, 검은색, 파란색, 초록색, 오렌지색 모두 다 좋다. 그중에서도 소품을 구매할 때는 분홍색, 보라색을 주로 고른다. 그건 그냥 그 색상의 물건이 내가 볼 때 마음에 들고 예뻐서다. 또 있다. 나는 이상형이 있다. 푸근하고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다. 메이크업은 또 어떤가. 나는 중요한 날엔 메이크업을 공들여 한다. 기분도 좋고 재밌다. 물론 늘 메이크업을 하진 않는다. 그냥 내 선택이다. 근데 이게 나 내가 세뇌된 결과라고? 또, 무의식중에 내가 학습했다고? 님들, 그런 식이면 '진짜 내 모습'이란 건 아예 성립할 수 없는 얘기 아닌가요? 네? 세뇌되고 사회에서 넣은 가치 다 빼고 남은 게 진짜 내 모습이라고요? 아서라. 제발. 나는 과한 게 싫다.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이 선만 안 넘으면 되는 거잖아. 나는 내가 저런 사건 관련 피해자일 때, 노조 측 여성 1인 대표라는 자가 남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남: "보도국에 여성 노조원이 별로 없어서 남성 노조원들의 행동에 문제가 많아요. 그들이 하는 말에 담긴 여성 혐오 표현, 성적인 발언 등을 못하게 규율로 정해서 보도국 복도에 붙입시다."

여: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가야 하나요? 뭘 붙일 정도로."

남: "그럼 ㅇㅇㅇ님은 다른 의견이 있으신 거예요?"

여: "음 예를 들어볼게요. 술자리에서 ㅇㅇ한테 '예쁘다'는 말 하시죠."

남: ,,,

여: "그 말 성희롱이에요. 그런 것 하지 마세요."


이 대화는 때에게 따라 '그럴 수 있다'고 읽힐 수 있다.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자면 당시 일부 남직원이 내게 실수를 했고, 또, 이전에도 그런 실수로 여성 직원 두 명이 출근하자마자 퇴사한 역사가 있는 곳이다. 이후로도 각종 성적 비위가 등장하고 있지만 어쩐지 잘 돌아가고 있는 모 조직에 관한 일이다. 몇 년 전 일이라 나도 지금은 담백하게 말할 수 있지만 하나하나 떠올리라면 힘들다. 무튼 저 여자 분의 말을 꺼내기 위해 일화를 얘기한 건데, 저 여자 분은 저렇게 말하고나서 남자 노조원이 제시한 저 규율을 못 붙이게 했다. 글쎄, '예쁘다'는 말이 희롱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한 건 난 만지고 주무르는 거라고 보는데요. 또, 이상한 말 대놓고 하는 게 그것보단 더 빨리 바로잡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난 저런 분들을 볼 때마다 이 사람들이 정말 문제를 고치고 싶은 건지, 아님 다같이 싸우자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자잘한 의식 변화로부터 사람들의 예의와 시선이 교정되는 것은 맞지만, 당장 아기들만 봐도 사회에서 '잘생겼다' 혹은 '예쁘다' 하는 인물들에게 먼저 달려가 안기는걸. 미디어가 보여준 것 말고 내가 일해본 경험으로 말하는 거다. 그래, 주관적일 수 있다. 근데 나는 정말 모르겠다. 메이크업 하지 마라, 치마 입지 마라, ... 그건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는 똑같은 짓을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제발 진짜 피해에 대해서 조명했음 좋겠다. 이 때다 싶어 여러 담론이 나오는 건 좋고, 또, 이 담론들은 이미 40년 전부터 나오던 것들이긴 하지만, 뭐...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진짜 피해가 뭐고, 그걸 방지할 방법이 뭔지 봐라. 근본적인 피해 방지가 정말 그것인지 봐라. 사람이 개인을 꾸미고 누구를 이상형으로 좋아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상형을 만지고 다가가서 이상한 말 하고 싫다는데 계속 좋다고 떠들고 그럼 범죄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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