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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May 02. 2019

남의 말을 내게 옮기는 이

몇 년 전 페이스북에서(페이스북을 요새 젊은이들도 적극적으로 쓰는지 모르겠지만) 예능인 신동엽씨의 인생 조언이라고 떠돌던 짤이 하나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말을 갈무리해둔 건데, 본인은 배운 게 있어 남의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꺼낸 일련의 말이었다. 남들이 '동엽님 남들이 동엽님 욕했음ㅇㅇ' 이러면 그 말을 한 사람보다도 전한 사람과 관계를 끊는다고. 그 말도 그렇고 그 전에도 나는 집 학교 도서관수니에 사람을 안 믿어서 ㅋㅋㅋㅋ(심오한 게 아니라 그냥 그랬다) 말을 안 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남의 말은 더더욱. 관심도 없었고 그런 데 에너지 쏟고 싶지 않았다. 또 있다. 기운이라는 게 있다고 긍정의 말을 자꾸 내뱉고 그런 생각을 마음에 깊게 품으면 반드시 그리 되리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래서 남의 말을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 천성은 이런데 그게 허락되지 않는 사회생활은 계속 하다보니 병이 생겼지만….


화사 생활을 하면서 남의 욕하기가 남과의 동료애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걸 알고 매번 충격 받았다. 그런 자리가 생기면 경멸하며 웃고 말거나 아예 그 자리에 가고 싫은 마음을 품기도 했지만 초년생이 어떻게 안 가. 가서 그냥 듣고만 있었다. 황당한 얘기들이 오갔고 그런 얘기에 아무도 반기를 들지 않는다는 게 충격이었다. 그야말로 누군가는 그 회식 자리에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대상이 됐고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묘한 동료애를 다졌다. 초년생 입장에선 황당하고 혐오스러운 '어른 세계'였다.


남의 욕을 하지 않고 듣지 않으려 하면 매번 듣는 말이 있었다. '언제부터 고귀했다고', '왜 내숭이야' 등이다. 뭔 개소리야. 님이랑 나랑 안지 얼마나 됐다고. 지금이야 저런 말이 본인 열등감 혹은 찔려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지만 초년생 입장에선 마냥 부담스러운 말들이었다. 어떡해!! 슨배님이 자기 말 안 받아줬다고 나쁘게 생각할 텐데!! 뭐 이렇게 말이다. 지금 회사에서도 그렇다. 늘 불만투성이에 심심하면 나 불러다가 남 욕 푸는 대상으로 쓰는 모 선배를 피하려고 생난리부르스를 추고 있다. 웃길 노릇이다.


신동엽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신동엽님은 이미 정상의 자리니까 저래도 남들이 아~~ 고귀한 분~~ 혹은 아~~ 정상이니까 조심하시는 분~~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려나. 아니, 저 분도 속한 또래집단이 있을 거 아냐. 거기서도 그러실까. 뭐 이런 생각을 2년에 한 번쯤 했다. 그러니 오늘이 그 날이네. 별의별 소리 다 들어도 남 욕 안 하는 게 맞다는 주의로 계속 지내는 거 맞는 거죠? 제 환경이 너무 이상한 건지 참 어렵네요. 그런 말 옮기는 사람들과도 모든 관계를 끊고 싶은데, 그럼 일을 그만 두고 산 속으로 들어가야 할까봐요. 듣기 싫은데 참아야 할 소리에 별 게 다 있네요. 앞으로 없길. 긍적적이고 좋은 일만 내게 일어나길! (말이 씨가 되라고 …….)


어른들 말은 대체로 맞지 않은가. 특히 나와 일적인 이해관계 없는 사람일수록 더 그럴 수 있지. 무튼 그래서 나는 고민인 게 그럼 나는 적과 아군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느냐다. 적과 아군의 경계가 매번 모호한데 그럼 나는 마치 선비처럼 모두를 무 자르듯 잘라내야 하는 것이냐고. 아니면 적당히 웃으면서 대꾸해주고 돌아서서 에잇! 해야 하는 거냐고. 사는 거 너무 어렵다. 생각을 버리면 쉬운데 왜 이리 흔드는 일들이 많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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