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진동수

by 팔로 쓰는 앎Arm

언젠가 미친듯이 흔들리던 때가 있었다. 당신과 오롯이 같은 진동수를 갖겠노라 굳게 다짐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 때에 가서야 난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같은 선에서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당신이 늘 그리웠다. 그림자처럼 당신의 흔적에 푹 젖어있던 수개월. 감정이 요동치던 그 날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식상할지 모르지만 태풍의 눈이 따로 없었다. 겉보기에 묵묵히 제할일을 하고 바빠 보였지만 머릿속은 다채로운 색이 가득했다.


그건 당신 하나만을 향한 색깔들이었다.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대등하게 당신을 대하리라. 당신이 나에게서 같은 진동수를 느끼게 하리라. 말하지 않아도 첫눈에 알아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난 시간이 없었다. 당신이 나보다 산 긴 세월만큼 무수히 많이 진동한 시간들을 내가 따라잡아야 했다. 꽁꽁 숨어 있다가 짠-하고 당신을 놀라게 하고 싶었다. 당신이 보지 못한 색깔도 가득 담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물론 그냥 당신 곁에서 당신을 닮는 방법도 있었다. 꾸물꾸물 어렴풋이 드는 생각은 어쩌면 그것도 꽤 괜찮은 선택지였을지 모른다는 것.


지나온 시간에 후회가 없으려면 내가 맞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근래 그 믿음이 흔들린다. 바라고 바라면 내가 하고픈 일들은 대체로 나를 도와줬다. 그만큼 내가 사랑했고 정성을 다해 보답받을 준비를 했었다. 최근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어떤 천장이 나를 막으려 한다. 나는 다시 묵묵히 내 자리서 그저 버틸 것이다. 그게 어떤 방해를 한다 해도 난 내 길이 옳았다고 당신에게 꼭 보이고 싶다. 그 길은 꼭 꽃길이어야 한다.


어느 면접에서 "왜 기자죠"라는 질문에 "꽃길이 아니란 걸 알지만"으로 시작하는 답변을 한 적이 있다. 원래 말하고 쓰는 걸 좋아했던 만큼 그런 대답이야 술술 풀어낼 수 있었다. 거기엔 얼마 간의 노력으로 다져진 진동수가 배경이 된다. 그 수엔 천성도 들어갈 수 있다.


내가 자꾸 당신과 나와 진동수를 새삼 떠올리려 아등바등 애를 쓰는 것 혹은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것은, 그 때의 너무나 순진하고 간절했던 마음이 절실해진 탓이다. 난 아직 많이 목마르다. 내 길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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