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없습니다
지난 주말 쉬면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보냈다. '오뉴블' 시즌 공개 후 바로 보지 않았던 건 준비가 안 되어서다. 몰입할 준비, 계속 볼 준비, 보낼 준비. 오뉴블 입문이 늦었던 건 감옥에 대한 거부감, 그 때만 해도 외설적이라 느끼던 것들 때문이다. 그러나 넷플릭스에서 '볼 거 다 봤다' 싶었을 때 '넷플릭스 기둥'이라 불리던 오뉴블을 안 봤다는 건 은밀한 유혹을 느끼게 했다. 그보다 좋은 이유가 없었다. 오뉴블을 봐야 해! 명작이 분명할 거야! 결론은 '그랬다'.
마지막 시즌을 보기 전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했지만 7을 끝낸 후엔 '의리로 다 봤다'가 되었다. 마지막 회의 편집은 굉장히 루즈했는데 그건 마지막 회니까 봐주기로 하자. 어쨌든 오뉴블은 볼 만한, 아니 봐야 하는 작품이다. 인종의 용광로 미국의 곳곳을 담았다. 나처럼 나이브한 사람이 오뉴블을 꼭 봐야 하는 이유? 세상이 순박하게 돌아가지 않고 그게 부당한 게 아니라 사람 사는 데는 어쩔 수 없다는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감옥이니 극화된 거라고? 맞지. 근데 사람 셋 이상 모인 곳에선 다 벌어지는 일이다. 범죄 말고.
이 사람 저 사람 머리 굴리고 그게 꼬여서 다른 결과 내고 시종일관 서로의 생각들이 다른 결과들을 내는 걸 보고 있노라면 인생에 대해 어떤 '그러려니' 지점을 배우게 된다. 맞다는 게 아니라, 세상은 그렇게 나이브하지 않다는 걸 배운다는 말이다. 그런데 '웬트워스'는 어떨까. 호주 드라마인 웬트워스는 오뉴블과 같은 해 방영을 시작한 작품이라고 들었다. 두 작품이 방영을 시작한 것도 한두 달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누가 누굴 따라 만들고 자시고도 아니고, 무엇보다 두 작품을 모두 보면 그런 의심 따위 저리로 날아간다.
웬트워스는 오뉴블과 결이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고 하기에는 오뉴블에도 강력범죄, 인물들의 과거사가 많아 애매하다. 다만 웬트워스는 좀 더 사실에 충실한달까. 극적 흥미를 위한 오락 요소가 아니라 시종일관 비교적 진지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게다가 인물 하나 하나 하는 행동을 보면 다 개연성이 있어서 오뉴블처럼 한 번 틀면 도무지 끌 수가 없다. 두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 중언하겠다.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환상은 저 멀리 날아가고 인간 냄새나는 진짜 세상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옥이 맞다는 게 아니고. 작품 속 활보하는 성별 없는 캐릭터들, 그들 하나하나의 사랑, 일,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은 역시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그들이 모이면 시끄러운 건 어쩔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아직 주인공을 보내지 않은 나는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내용) 작품으로서의 웬트워스에 한 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