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왕국2' 스포가 가득하니 주의 바랍니다
"Let it Go" "Into the Unknown" "Show Yourself"….
엘사는 늘 나를 위로하는 캐릭터였다. 좋지 않았던 가정환경을 잊으라고, 아팠던 일들을 지우라고, 좋지 않은 일을 겪었던 회사의 술자리들을 잊으라고, 엘사는 그렇게 내게 쩌렁쩌렁하게 노래를 불렀다. 다 잊으라고. 멀리서 보면 점 같은 일들. 그런 것에 내 미래를 망치지 말라고.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 훨훨 날아 가버리라고. 엘사는 아무에게도 들을 수 없는 위로들을 내게 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나는 엘사를 사랑했고 겨울왕국을 깊이 좋아했다. 라라랜드를 보며 이별로서 완성된 그들의 사랑에 감탄하고 마음에 새겼듯이, 엘사를 보며 다 잊고, 결국 새로이 다시 태어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내보인 그의 모습에 박수를 쳤다. 미소를 지었다.
돌아온 엘사는 어쩌면 죽었던 걸지도 모른다. 엘사 드레스를 입고 보호자 손을 꼭 쥔 채 온 공주들을 위해 그리 미화된 걸지도 모르지. 돌아온 엘사는, 다 잊고 자기를 내보인 후 또 주어진 사명에 그대로 순응해 잘 극복했다. 맞섰다는 것보다는 순응했다는 게 어울리는 엘사의 그 모든 기개와 행동들은, 결국 엘사를 어쩌면 죽음으로 이끌었다. 몸을 바쳐 자기 안의 목소리의 근원, 그가 울린 이유를 알아냈다. 그리고 죽었다.
엘사가 깨어난 건 다른 캐릭터의 각성. 어쩌면 겨울왕국은 안나를 통해, 사랑도 하기는 해야 한다고, 그런 이가 결국 인간세상서는 살아 남는 거라고. 슬프지만 인간 세상에선 어쩔 수없다는 걸 아름답게 드러내 보였을 지도 모른다. 결국 사랑타령하던 안나는 여왕도 되고 언니도 구하고 멍청하지만 착해 보이는 우직한 남자도 만났으니까. 안다. 억측이고, 나간 해석일 수도 있지. 작품에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니 그냥 지금의 생각을 도닥이는 거다. 지금에야 '엘사는 살았다'고 받아들였으나 영화를 보면서 나는 '엘사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까지.
엘사는 죽었다. 현실이 행복해 떠나지 않겠다고 망설이던 엘사는 죽고 결국 더 위대한 존재가 돼 나타났다. 올라프는 묻는다. "또 우리를 죽음의 위험에 빠뜨릴 거냐"고. 엘사는 아니라고 말하지. 엘사가 그들을 돌볼 수 있는 더 큰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다음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관객을 안심(?)시키는 제3자적 목소리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엘사가 큰 존재가 돼 아렌델, 안나, 친구들을 돌볼 거라는 건 억측이 아니라 사실일 거다.
바람에 날려온 편지로 안나의 소식을 듣는 엘사. 아렌델엔 아마도 안나가 세우라 명령했을, 그들이 어머니, 아버지 동상이 세워졌다. 바람은 그를 지나 엘사에게 편지를 전달하지. 놀이에 참석한 엘사를 볼 수 있길 바란다. 물론, 볼 수 있을 거다. 언제든, 쿠키로든, 특별 영상으로든. (디즈니니 하는 말이다. 실은 인간 엘사는 죽었으니 엘사가 놀이에 가는 그림은 아마 볼 수 없거나 보더라도 엘사는 저 위의 존재니 애매하게 볼 수 있으리란 게 추측이다. 아니면 둘의 이야기가 각자 달리 진행되거나 말이다.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않은 거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느낌으로. 1차 관람의 느낌으로는 말이다. 성적이 좋아 3을 만들어 신화 속 엘사를 불러 낸다면 글쎄. 3편은 반대올시다!) 다만 최초의 느낌에 기대자면 엘사는 죽었다. 엘사가 죽었다고 자꾸만 말해 부정적인 기운을 불러 일으키고자 함이 아니라, 캐릭터의 변화를 논하고자 함이다.
엘사는 자신의 힘을 숨기다 각성해 드러내고 다시 더 각성해 껍데기를 벗는다. 몸을 얽매던 모든 장신구, 땋아내린 머리까지 탈출해 정령 그 자체가 된 엘사는, 이제 어디든 자유롭게 뛰어 다닌다. 첫 눈에 반하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다음엔 자기를 구해준 남자와 사랑에 빠진, 지독히 디즈니 클리셰의 면모를 가진 안나에게 왕국을 물려주고, 자신은 더 높은 곳으로 그야말로 '승천'해 숲을 지킨다. 인간세상에 남겨진 안나는 결혼이란 걸 할 테고, 아이를 낳을 테고, 그렇게 여왕이 돼 살아갈 것이다. 엘사는 자신이 됨으로써 아렌델을 지키고 안나에게 역할을 주었다. 지독한 클리셰 범벅 공주에게 여왕이 될 역할을 주었다. 엘사는 가히 디즈니의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