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매운맛 불닭볶음면~
어릴 땐 매운 걸 잘 못 먹었다. 3년 전 엽기떡볶이로 입문해 뜸하다가 작년 닭발, 그리고 이젠 매운맛을 즐긴다. 속이 아플까 우려돼 멀리 하려 해 작년만큼 많이 찾진 않지만 여전히 매운맛은 나를 위로하는 깊고 깊고 깊은 아주 속내가 깊은 친구다. 어색하게 서로 마주해 매운맛을 보고는 뜨악하다 다시 후 불어 그냥 먹는다. 입 안에 바람을 가득 넣거나 쿨피스나 우유를 찾아 매운맛을 없애려 하다가도 그냥 즐긴다. 내 하루에 묻은 매운 맛보다 이 매운맛이 더 세게 내 정신을 번뜩 뜨이게, 네가 겪은 매운맛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할 수 있게 해주는 정말 눈물 나게 고마운 맛이다.
혀가 얼얼하도록 매운맛을 그득 넣고 나면 그래도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다. 뭐가 됐든 머릿속의 상념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일단 내 눈 앞의 여기에 취해야 한다. 매운맛은 그렇게 만들어 준다. 내가 정신을 못 차리게 해줘 그냥 기분 좋게 매운맛만 느끼다 시간을 훅 보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다 알게 된 불닭볶음면은 또 새로운 설렘을 안겨준 훌륭한 음식이다. 좀 다르다. 다른 매운 맛들을 다 잊게 해줄 만큼 강력하다. 미각 깊은 곳에 딱 자리 잡고 앉아 얘만 찾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이 있는 녀석이다.
너무 매워 정신이 아득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나면 또 지쳐서 다신 먹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누워 잠들 때면 꼭 야식으로 생각난다. 조금만 참고 내일 먹어야지 하는 설렘과 기대감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치즈를 넣어 먹는 새 메뉴도 치즈를 적당히 넣어야 맛있다. 그냥 매운맛을 오롯이 느끼고 싶으니까. 하지만 뭐든 과하면 탈이 나니까, 이 매운맛이 주는 짜릿함도 좀 정도껏 느껴야 한다. 열 받는다고 자꾸 찾으면 속이 더 아파 고민이 늘어나는 웃긴 상황이 생기니까.
한동안 또 안 찾다가도 새삼 생각난다. 막상 손이 가는 건 이거다. 참 특별하고 신기한 맛이다. 매운맛에 왜 이렇게 빠져버렸을까. 신메뉴 추가에 각종 먹방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걸 보면 이 맛에 빠진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다들 이 새로운 맛을 겪고 빠지고 중독되고 그리워지고 하나보다.
돼지같이 자꾸 먹지 말고 이제 운동 같은 데 중독이 된다면 차라리 낫겠다. 매워서 우유를 찾고 마시면 살이 두 배 세 배로 찌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불안하다. 불안하기 싫어서 멀리 하다가도 어떤 날엔 꼭 찾게 되는 마성의 맛. 힘들게 멀리해도 결국은 자꾸 생각나는 맛이겠지. 가끔 꺼내 먹다가 또 마구 먹다가. 다시 걱정하며 안 먹고. 웃기고 멍청한 일을 반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