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위로는 그만 하고 싶다

by 팔로 쓰는 앎Arm

내일은, 일 년 후는, 이 년 후는, 아니 졸업 후에는…. 행복이라는 거창하고 오그라드는 단어를 굳이 쓰지 않더라도, 지금보단 미래엔 좀 더 나은 그림을 그려가고 있을 거라고 굳게 믿어왔다. 그게 무너진 건 비교적 최근이다. 당장 즐겁지 않으면, 그러니까, 정말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편안한 일상이 아니라면, 미래에도 아마 없을 거라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다. 그건 물론 틀린 생각일 수도 있고, 일 년 후, 아니 당장 내일, 오늘 밤이라도, 다시 생각해본다면, 바뀔지도 모르는 지나가는 단상이다. 뭐 아닐 수도 있고.


생각을 쓰는 건 그래서 꺼림칙하였다. 나라는 사람을 어딘가에 묶어두는 기분이었고, 그게 꽤 싫었다. 끔찍이도 싫었다. 나에 대한 뭔가를 남긴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싫었다. 그리고 오늘처럼, 아니 사실 매우 자주 드는 생각처럼, 그냥 아무것도 없이 거품처럼 증발되고 싶은 순간들에는, 매 순간 고통스러운 충동이 든다. 그래서 자꾸만 바닥을 보게 되고,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웃는 얼굴이 복을 부른다는 소리를 굳게 믿고, 그래도 보일 때는 마냥 방긋 웃던 시절도 있었다. 말 안 하고 웃는 인형.


그래도 으레 반감을 가질 사람은 가졌고, 좋아해주는 사람은 좋아해줬다. 그러면서 배운 건, 그냥 나 자신이 원하는 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자는 거랄까. 뭐랄까. 그냥 딱 단정할 수 없지만, 좀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매 순간 누군가와 공유하는 시간들이 내겐 참 다각적인 시간에 보는 것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그게 참 고통스럽거나 피곤한 날이면, 그냥 바닥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꾸만 시험에 드는 순간들. 어쩌면 매초가.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는 주변의 일들. 적응되면 다른 일이 생기고 하는 광경들. 어리석게도 그걸 행복해하면서도 고통스럽다. 그래서 자꾸만, 그렇게도 싫어하던 생각을 적는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모르겠다. 모르는 것 투성이라 참 설레던 순간이 분명히 있었는데, 그때 난 좀 더 명석한 미래를 기대했는데, 지금 과연 그럴까?


뭐가 이렇게 질려버린 건지 모르겠다. 사실 별 일 없고, 그냥 잘 지내고 있다. 뭔가를 포기한다면 그렇다. 포기하면 쉽다. 그게 안 되니까, 자꾸만 괴롭다. 딱 눈을 감고, 편안하게 그대로 잠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아마 나만 하는 건 아닐 테지. 관계에 기대는 법을 배워도, 그게 또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들에는 말도 안 될 만큼 슬프다. 그리고 그냥 놓아버리고 싶어지고 만다. 그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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