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좋아하는 일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그걸 힘들게 하는 건 '사람'이다. 일들은 대부분 말도 안 되는 전개로 흘러가곤 한다. 그걸 막는 방법은 딱 하나. 조용히 있는 일이다. 때론 그게 독이 될 수 있어 좀 무책임한 말이지만, 적정선을 잘 타는 재주가 좀 필요하다. 그걸 기르는 방법은 타고난 센스, 그리고 거기에 부가되는 경험치다.
나름 몇 개의 조직을 짧게나마 겪어보면서 느끼는 바는, 그 어디도 완전한 곳은 없다는 거다. 뭐,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면 편했겠지만, 좀 순진했고, 지금도 참 순진한 내게 첫 모습은 좀 가혹했다. 어딜 가나 좀 내 기운(?)을 봐주고, 그걸 잘 트레이닝시켜주려는 분들이 많은 참 좋은 길을 걸어왔다. 좋게 말하면, 참 가혹해도 많은 걸 배울 절호의 찬스였고, 나쁘게 말하면 좀 많이 힘들었다.
거기에 중독된 탓일까. 그렇지 않은 조직을 처음 만났을 땐 당황스러웠다. 뭐든 의심하고, 이게 왜 그런지 모든 답을 갖추고 기다리고, 딱딱 맞아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아닌, 좋게 말한 열린 조직, 나쁘게 말하면…. 여기서 시작했다면 제대로 배우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조직. 누구도 무언가를 가르쳐주지 않는 조직. 오히려 골탕 먹이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더딘 조직. 뭐 그런 곳도 있다.
한 조직에, 행복하게 있는다고 그게 내게 득이 될까를 내게 묻는다면, 단언컨대, 감히 단언컨대, 물론 난 아직 잘 모르지만, 노라고 해본다. 편하게 있을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시간이 지난 후 이게 어떻게 바뀔 생각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선 그렇다.
이건 꽤 심한 중독이 된다. 좀 힘들어도 부딪치는 게 낫다고 생각하니, 당연히 길도 험하다. 그리고, 더 나아진다. 확실히. 알아볼 사람이 생기든 말든 난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남자도 아니고, 뭐 다른 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미련함 하나로 밀고 왔다. 그건 참 피곤한 삶을 살게 되는 지름길이라는 걸 알고 나서도 그냥 그렇다.
때론 이 미련함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럼 응징해주면 될 일이다. 내 미련함은 나를 위한 거지, 당신을 위한 건 아니니까. 그래서 거절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그래도 거절은 잘 못한다. 이거 하나 하는 게 거절하는 것보다 쉬운 미련한 아이라서다. 얼른 버려야 할 습성이라고 다잡아보다가 왜 버려야 하지 의문이 드니 참 웃기는 노릇이다.
단순하게 보자. 하루하루 눈 앞의 것들만. 여유가 있으니 별 잡스러운 생각들이 드는 걸 거다. 이렇게 나를 좀 괴롭혀본다. 증발하고 싶다는 생각은 내게 쉴 곳을 만들어준다. 아니, 그래도 도망갈 구석 하나를 열어준다. 나는 분명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서, 이게 '가장'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멍청한 고민을 가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