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사는 사람

by 팔로 쓰는 앎Arm

근래 들어 비로소 오늘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엔 억지로 '나는 오늘만 산다'고 주입하며 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다면 이제 '오늘을 누린다'는 느낌이 든다는 뜻이다. 여전히 바쁘고 내 손길을 기다리는 일은 많으며 하루하루 살아내기 바쁘지만 그래도 이젠 숨을 쉴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비교적 생겼고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됐고 사랑을 하며 상대를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 무조건적 희생이 아닌 공존에 대해 배우는 경험은 희귀하며 값지다. 같이 걸어갈 사람을 만나면 이런 기적이 일어나는구나. 그런 걸 배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중점을 두는 대상은 늘 안의 소리다. 무언가에 쫓기듯 살았던 지난 시간들에서 한 발짝 떨어져 덜 쫓긴다. 오늘을 살고 세상을 배우고 선택을 한다. 신중해졌고 말 한 마디나 선택 하나가 주는 중요성에 대해 더 잘 인식한다. 이 때문에 나는 과거보다 신중해진 자신에게 가끔은 답답해 하다가도 그래도 밀고 나가는 걸 보고는 '여전하다'고 안심한다. 아직은 힘을 잃어선 안 되니까. 그래도 이젠 중간중간 먼 산을 바라보며 오늘을 누리는 시간을 가끔은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다.


사랑하는 사람, 걷는 시간, 좋아하는 차, 끄적일 것들 등이 있으면 충분하다. 가끔 사진을 찍어도 좋겠다. 영상도 그렇다. 뭐든 끄적이고 붙이고 만들고 칠하면 일상은 금방 채워진다. 일에만 몰두하고 일이 곧 나인 것에서 벗어나자고 주절거리긴 했지만 솔직히 그럴 자신은 없다. 이른바 '열정인간'에게 일은 언제고 답을 주고 결과를 주며 살아갈 안락함을 준다. 다만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에도 약간의 열정을 가져보자고 결심한다. 열정까진 부담스럽더라도 쉼 자체를 사치로만 여기던 과거의 시선에서 탈피하자고 다짐해보자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발전이며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언제고 나는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 확신해왔다. 나는 늘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 좋지 않은 일들을 겪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나를 단련시켰을뿐 무너뜨리지 못했다. 앞으로도 신중하고 담대하나 담백하게 일상을 영위해 나갈 것이다.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늘 느끼는 건, 결국 자기 안의 중심을 굳건히 지키는 일은 언제나 승리를 가져준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내 몸과 마음을 지키는 일. 그것이면 됐다. 나는 늘 그랬듯 그저 오늘을 살면서 고요하게 내 안에 집중할 것이다. 오늘을 달콤하게 누리기도 하면서. 언제나 그랬듯 '나의 지금'이 가장 충만한 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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