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로 쓰는 앎Arm Sep 11. 2024

장비 구경이 다입니다만

한국에선 악몽을 자주 꿨다. 나와선 한동안 꾸지 않다가 최근 좀 꿨다. 가끔 그랬다. 그러다가 좋은 꿈을 꾼 날은 기억이 난다. 네가 또 나왔다. 산을 갔다. 절엘 갔다. 자전거를 탔다. 자연 속 벤치에 앉아 힐링했다. 도란도란 가족과 놀러온 관광객들이 또 왁자지껄 말을 걸었다. 어딜 가나 낯선 사람들이 말을 건다. 꿈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좋았다. 산, 절, 벤치. 말을 거는 부분은 꿈 속이어도 싫은 느낌이 더 들었다. ㅋㅋ 어딜 가나 누가 없어도 그냥 먼저 하는 무던한 성격이라 그런지 뭘 하면 그렇게들 따라 한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뭐 특별한 건 아니고 인간의 심리라는 게 누가 하면 그냥 하는 게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누가 하면 안 하는 성격이라 ㅋㅋ 누가 안 하는 걸 먼저 하고 해서. 뭐 암튼.


애니웨이, 덕업일치까진 아니지만 어린 시절의 장기ㅋ를 애매하게ㅋ 살린 직업을 가진 덕분에 여러 대의적인 부분 말고 그냥. 뭐 암튼. 어쨌든 저쨌든 가진 덕.분.에 주로 관심사는 장비다. 원래 안 그러다 정말 하루종일 장비를 쓰(말 그대로)는 시간을 많이(몇 년인진 비밀임) 보내다보니 손이 아파 여러 장비를 바꿔줘야 함을 알았기 때문이고, (난 손도 빨라서.) 뭐 기타 등등 이유가 있다. 애니웨이, 백팩과 운동화에 관심이 많다. 편한 정장은 당연하고, 백팩과 운동화가 정말 빨리 닳아서. 백팩이 왜 닳냐고 궁금해할 수 있는데, 백팩에 카메라랑 랩탑 등 나만의 장비ㅋ 넣고 하루 2만보씩 뛰어다니면 나는 몰라도 물건을 알더라. 무릎과 발목이 아는 건 익숙한데 옷이 해지는 건 아직 인정하기 어렵다. 인정하면 쇼핑이 하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냥 무던하게 모른 척한다.ㅋㅋ


그동안 지나온 백팩들을 생각한다. 인터넷 쇼핑이 어려운 덕분에 직접 가서 물건을 따져보고 제대로 어울려야 사는 데 익숙해진 제법 마음에 드는 구매생활이 기본인데, 기부하거나 두고온 물건들에 미안해서 더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그래도 필요한 물건이 계속 생겨 고민이다. 참 신기하다. 난 괜찮다고 생각해도 물건들에 흔적이 남는 게 재밌다. 이 맛이구나. 값싸고 빨리 바뀌는 물건들 속에 있다 시간이 쌓이는 환경 속에 있으니 이제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면은.


주절주절 혼자 키보드를 도닥이는 건, 스몰토커들이 할 말 없이 묻는 그 쉴 때 뭐하냐는 질문에 답할 걸 생각해도 그저 장비 구경이 전부인 게 생각나 웃겼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은 요지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