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다 유행이 있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걸 내보이고, 어떻게든 버티라고 하거나, 금수저도 다 노력하는 건 아니다. 뭐 이런 이야기가 유행하는 것 같다. 선진국 시민들의 비중이 더 커가고 있는 지금, 상향평준화된 많은 것들 덕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것 같다' 체의 중복 미안한다. 내가 보기에도 문장들이 이상하지만 오늘은 좀 쓰겠다.) 한국은 요즘 무조건 버티라 하더니 금수저도 다 노력한 건 아니니 박수쳐주자. 뭐 이런 담론도 유행하는 모양이다. ('~모양이다' 체도 미안하다. 오늘만 봐달라.)
난 우리 모두는 금수저라 생각하지만, 위의 표현 속 금수저란 아무래도 경제와 환경적 뒷받침이 되는 걸 의미한다. 난 재능 금수저라고 확신(?)하고 그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나뿐만 아니라 세계엔 재능 금수저들이 넘치는데, 그들은 어떻게듯 송곳처럼 비집고 튀어나와 티가 나게 돼 있다. 숨어 살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을 드러낸다.
돌아와서, 이 곳에서도 많이 봤지만, 환경적 금수저임을 부인하는 이 치고 제대로 된 현실 감각을 가진 사람을 본 적 없다.
사람은 자기 선 자리를 기준으로 한다지만, 온실 속 화초처럼 비슷한 수준의 이들과 이너써클을 만들고 교류한 이들은 정말 자기가 금수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모님 혹은 누군가의 지원으로 환경적 기반을 닦고 실패를 사회적 안전망 대신 가정적 안전망으로 뒷받침 받았음에도,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걸 인정하는 게 자신의 약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군다. 그럼 나같은 재능 수저ㅋ(표현이 오만해보여 미안하다.)는 좀 황당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는 행위든 뭐든 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숨기는 게 미덕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여러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저 사람의 상황은 그렇구나' 한다. 근데도 굳이 자기 입으로 시련이 있던 척, 지원을 받았지만 지원을 받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한 척, 뭐 이런 것들을 말하며 남을 후려치면 나는 조금 놀라운 마음이든다는 것이다. '이렇게나 현실을 모르나?' 하고 말이다.
한 회사에서 고인물이 된 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세상에 나와서 얻어 터지고 알을 깨고 깨고 또 깨보고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으며 운이란 게 얼마나 감사한 존재인지를 아는 어른과 그렇지 않은 어린이는 같지 않다. 환경이 기반이 된 게 분명함에도, 그걸 그냥 쿨하게 "부모님께 감사하다"거나 "감사한 일이다"라고 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신의 환경적 조건을 바닥인양 어필하는 이는 그 옛날 가난을 도둑질한다는 표현들처럼, 좀 당황스러울 노릇이다. 가난과 시련까지 도둑질해서 당신의 성공에 어떤 도움이 됩니까. 역시 말이란 건 안 할 수록 좋은 것 같다. 세상 물정 모르면 더더욱 말이다.
'버틴다'는 말이 너무 가볍게 쓰이지 않길 바란다. 요즘의 담론은 지나치게 가벼워졌다.
대개 '감사할줄 아는 마음'은 복을 부른다.
쿨한 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