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망설임

by 팔로 쓰는 앎Arm

가끔 나는 왜 최선을 다해서 나빠지지 않았는가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알량한 이권을 운좋게 거머쥐고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주변을 음해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된 이후다. 세상에는 남의 일에 관심없는 이가 태반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는 걸 알고는 있어야겠다. 자신의 삶이 심심해 남을 헐뜯으며 자신의 기분을 낫게 하는 이들이 슬프게도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이유없이 후배를 괴롭히라던 지침, 광고를 주지 않는 업체를 헐뜯으라던 지시, 부장 취임에 꽃을 보내지 않은 기업들을 '조지라'는 명령, 자신이 설립한 협회에서 셀프로 상을 수여받고서는 그걸 홍보해달라고 내 이름을 사칭하며 해대던 협박. 이런 건 그 옛날 겪은 ㅇㅇㅇ 사건에 비해선 아무 것도 아니라서 나는 그냥 내 선에서 잘라버렸다. 이 일을 하다보면 별 일이 다 있는데, 그런 돌부리에 하나씩 반응하다가는 이 일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하는 것 없어 튀지 않아 조용하게 뒤에 있던 이들이 갑자기 위에 가있고 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빛나는 선배들, 일 잘하는 선배들은 일찍 사라져버린 조직에서 어떠한 형태의 허탈감을 느꼈다. 허망하기도 했다. 기자라는 꿈을 꿨고,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그 결과가 너무 가혹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예전에 겪은 일들은 상흔이 됐다. 시간이 약이라고, 점점 더 단단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일들을 겪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 후배들이 지망생이라고 오거나 선배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게 됐다. 대놓고 ㅇㅇ로서 조심해야 할 것들을 말해달라고 걱정하는 이들에겐 어디까지 솔직하게 말을 줘야 할지 모르기도 했다. 왜냐하면, 대개 벌어진 어떠한 일을 크게 만들며 괴로워 한다면 개인의 손해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엔 그런 일이 벌어지면 크게 만들고, 이득을 취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일이 아니어도, 그걸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이용당할 구석이 아주 많으므로, 대개 말을 않는 것이 좋은 이유다.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지금이 중요하다. 과거의 내가 초석을 닦아둔 것들을 잘 지키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늘 지금이 중요하다. 그냥 조용히 감내하면 된다. 살면 살아진다. 평화가 좋다. 길에 대해 더 망설이는 요즘이다. 과거엔 그냥 걸었다면, 지금은 고개를 들어보긴 한다. 예전엔 보는 것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대개 생각이 많으면 일을 그르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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