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정치병에 걸린 지인 A가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계엄이 있은 후 A를 만난 이후부터 줄곧 나는 A로부터 정치병에 시달려야 했다. 주요 판결이 있는 날들에는 한껏 예민해져 자신의 흥을 망치지 말라거나 하는 말을 들었다. 하루종일 가짜뉴스의 볼륨을 최대치로 틀어두고 고통스러워 하는 주변인들에게는 자신이 화가 나니 저 O가 망하는 걸 반드시 봐야한다는둥 너네가 뭔데 내 흥을 망치냐는둥 온갖 고성을 들어야 했다. 유튜브를 보고 와서는 가짜뉴스들을 읊으며 그런 것도 모르냐는둥 그 말이 맞다는둥 동의하지 않거나 흘려 들으면 성의 없이 사람을 대한다는둥 주변인들이 온갖 고통을 겪었다. 하루 이틀은 웃어넘겼는데 그 돌아버린 눈깔(미안하다 이런 표현)과 자신은 마치 언제든 물건을 던져 너희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처럼 구는 그 행태들을 보다 보니 원래도 정이 없었지만 바닥에 남아있던 '혹시나' 하는 마음마저 사라져버렸다.
특정 뉴스들을 보면서 그 편집방향이나 지지 대상과 입맛이 맞지 않는 이야기가 나오면 화를 내기 일쑤에 자존심은 얼마나 세던지. A가 실질적으로 잘해야 하는 이들에게 A는 마음껏 함부로 굴었다. 마치 그 후보님이 자신에게 그런 권위를 준 것처럼, 그래서 마땅히 그렇게 폭언을 해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다. 하루종일 폭언과 폭행 협박에 시달리다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런 걸 들어주지 않는다며 상대방들을 무식한 사람, 무지한 자, 뭘 잘 모르는 사람으로 몰아갔다. 자신보다 똑똑한 이들은 무조건 깔아뭉개는 화법으로 대했다. 소리를 지르고 완력을 행사하면 뭐든지 이기는 것처럼 굴었고, 굳이 그걸 숨기지 않았다.
"니네가 내 말을 안 들으니 이렇게 할 거야" "니네가 내 말을 안 들으니 힘을 쓸거야" "내가 제일 세" 같은 유치한 말들을 들으면서 나는 점점 더 삶이 싫어졌다. 기댈 곳 없이 지친 채로 별의별 말들을 듣다보니 뒤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대선일, 매일같은 정치 폭언들이 이제 끝날까 하는 기대가 들었다. 한국 대선 당일이 되자 그 예민함은 또 극에 치달아서, 종일 사람을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나이, 성별, 지식수준에 대한 그 열등감의 대상이 돼서 사람을 괴롭히는 그 수준이 정말 도를 넘어가자 나는 다시 한 번 내게 물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뭐라고, 왜 이러고 있니? 정말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일을 다시 생각하면 생각은 달라졌다.
정치병에 걸린 사람을 만나면 도망가세요!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