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다는 건 대부분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기대면 그 후폭풍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나는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 상대방들은 자기 얘기를 실컷 떠든다. 그리고 기대려고 한다. 그런 관계들에 무감각했던 것도 잠시, 기대려고 하는 걸 거부하면 천하의 나쁜 X가 되고만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사람은 다 피곤하고 이기적이며 제멋대로인 존재들이다. 도와주면 다음에 또 도와달라고 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나쁜X 만들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슨 얘기냐 하면,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돈 꿔달라고 해서 돈 꿔주니 당연시하고, 맞는 걸 방어해달래서 방어해주니 내가 맞게 되는 그런 어두운 이야기다. 인간이란 너무 지겨운 존재들이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보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주는 내 태도가 이렇게나 좋은 거였다니 새삼 놀랐다. 자랑이 아니라 이제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는 이야기다. 세상에 워낙 다양한 인간들이 존재하고 각자의 상황 또한 천차만별인 데다가 직업이 직업인지라 메타인지가 지나치게 활성화된 탓인지 내 이해력의 폭이 이렇게나 나를 죽일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과거의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2030은 자기 앞가림만 잘해도 된다는 누군가의 말이 아프게 들리는 이유다. 나는 늘 짐이 많고 부담이 많았는데, 결국 그게 나를 죽였다. 세상은 선한 사람이 이기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아갈수록 그게 과연 정답인지 의심이 든다.
산다는 건 너무 많은 치욕을 견디는 일이다. 산다는 건 너무 괴롭기만 하다. 감사한 것들을 억지로 떠올린다. 사실 그렇게 평온하게 살 수도 있는데, 내겐 도대체가 해결이 어려워보이는 짐들이 어깨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언제쯤 그 끈을 놓을 수 있을까. 누가 나를 이해할까.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고독자로 혼자 서야 한다.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하도 생각하자. 고독자로 홀로 설 수밖에 없는 나의 삶에 대해. 그게 어디인가 라고 생각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