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

by 팔로 쓰는 앎Arm

언제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숨이 턱턱 막힌다.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이랬고 저랬고 하는 걸 늘어놓는 성격이 못 된다. 좀 내 얘기도 하고 무용담(?)도 꼰대처럼 늘어놓아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근데 다 아니다. 나는 말을 하지 않는 데서, 또 묵묵하게 행동하는 데서 더 높은 가치가 나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손해보고 억울한 상황이 있더라도 결말은 좋으리라고 굳건히 믿어왔다. 지금도 그렇다.


소화불량이랑 이게 대체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근래 자꾸 잔병치레를 하다가 이제는 뭘 먹지도 않았는데 체를 해서 소화제를 자꾸 먹어대는 걸 보니 참 우습다. 혹자는 스트레스 때문이라 할지도 모르고 또 탈이 났다거나 혹은 산소가 부족해서라고 말한다. 정확한 원인은 내가 선생님이 아니니 알 수 없다.


그냥 모르겠다. 사실 이런 것 다 뭔가를 내려놓으면 또 괜찮아질지 모른다. 그게 안 되니 이렇게 아등바등 지내는 걸 테다. 말이 아등바등이고 내가 구구절절 여기 털어놓아서 그렇지 사실 난 괜찮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공부를 하고 싶어 해서 그러려고 하고 있다. 자꾸 나에게 말한다. 내가 누구였는지 절대 잊지 말자고 말이다. 내가 대단하다거나 했다는 게 아니라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떻게 달려왔는지를 요즘 내가 깜박하는 일이 있어서다.


사는 게 바쁘다보니 말이다. 바쁜 와중에 틈틈이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것은 억지스럽기 그지없고 탈이 난다. 예약했다가도 취소하는 일이 빈번하고 또 그게 그다지 나쁘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예민하다가도 거기에 신경을 곤두세워서인가 또 다른 일상의 것들에는 둔하기 짝이 없다.


언젠가 높으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대중교통을 안 타. 거기 위험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떡하니" 그래서 나는 웃고 말았다. 수년을 그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매년 이동했던 나. 그리고 대부분 나 같을 많은 사람들이 들으면 황당할 이야기다. 뭐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나 역시, 20대 여자로서, 왕복 5~6시간의 통학 거리 등등을 다니며 별의별 일을 다 겪었기 때문이다. 그건 너무나 심해서 트라우마로 작용하기도 했었다. 잊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다가도, 가끔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래서 웃었다. 또 웃었다. "아들이 없는 집의 애환"을 말씀하시길래 또 웃고 말았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너무나도 확고한 훌륭하신 분의 생각 앞에 나는 그저 참하게 침묵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다른 수가 있었을까. 그분도 악의로 하신 말씀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안다.


예전의 나는 더한 일들도 당했으면서 이제는 하나하나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슨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마음속에 하나의 그림으로 남겨두게 되는 거다. 그래서 뭐가 많이 꽉꽉 막힌 걸까. 먹은 것도 없는데 자꾸만 소화가 안 돼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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