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아무 근심과 걱정과 갑자기 생길 약속 없이 편의점에 들르는 일이 가장 좋다. 요새 나에겐 그만큼 꿀 같은 시간이 없다. 친구와 당일치기로 놀러 가도 좋고 누군가와 영화를 보고 오는 일도 참 좋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즐거운 세계다. 갑자기 오라는 전화를 받지 않고 무사히 역에 내려 편의점에 들어갈 때의 그 설렘과 긴장감. 밖에서 슬쩍 들여다보며 삼각김밥이 다 팔리진 않았겠지 확인한 후 편의점 문을 열 때의 안도감과 벅찬 마음. 그만큼 소소하고 값진 행복이 또 있을까.
문득 이걸 누리고자 지나온 일들을 생각해보거나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지금이 좋다. 딱 편하게 앉아서 편의점 음식을 먹는다고 혼날 일 없게 몰래 방에서 꺼내 먹는, 조금은 돼지 같고 미련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나만의 즐거운 시간. 정말 오랜만에 삼각김밥을 들고 앉았더니 기분이 참 좋다. 오늘은 그간 슬쩍슬쩍 보기만 하고 먹진 못했던 버터 비빔참치 삼각김밥을 손에 넣었다. 아 좋다. 늘 늦은 시간엔 도시락, 삼각김밥 등 간편히 끼니를 해결할 음식들이 다 떨어지는 편의점이라, 정말 운이 좋았구나 생각 들게 해줘 고맙다.
맛있다. 예쁘게 포장을 벗겨내 윤기가 차르르~흐르진 않더라도 냉장 속에 팍팍차르르~한 윤기가 흐르는 삼각김밥을 한입 두입 먹을 때면 살이 찔 텐데 고민은 저 멀리.. 그냥 참 좋다. 여기에 라면을 먹어볼까? 요새 면을 너무 많이 먹는 건가. 그래도 참 맛있는걸. 그러고 보니 어릴 때는 국물도 먹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해장용으로 먹기 시작했던 건지 국물이 참 좋다. 국물과 밥을 함께 먹으면 건강에 그렇게 안 좋다던데.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도 어떡해. 나 지금이 좋은걸.
많이 필요 없다. 그냥 내가 내 삶을 누릴 정신을 잃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뭐라고 그간 그리 고고하게 살아왔나, 다 부질없었다. 이럴 거면 펑펑 놀걸 그랬지. 하는 멍청한 생각들이 문득 드는 요새라 그냥 자꾸만 편의점으로 도망가게 된다. 편의점 음식은 비밀의 공간이니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가 이걸 먹는걸 질색하거든. 그래서 혼자 몰래 먹어치워야 한다. 와구와구.
요새 자꾸만 돼지가 된다. 여러 자리서 먹는 술과 고기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즐기는 식사들, 이렇게 나 혼자 앉아서 굶어야지 하다가도 편의점에서 내게 줄 소소한 선물을 사게 되니까. 살찌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멍청해지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 살이 찌고 있는데 이걸 빼야 한다는 압박감과 실천력이 예전 같지 않다. 아니, 사실은 두렵다. 살을 빼고 싶은데, 당분간은 눈치를 봐야 해 그럴 수 없다. 누가 그러라고 그랬니? 하는 말은 폭력이지. 그 말을 던지는 스스로도 참 무안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