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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희망

by 팔로 쓰는 앎Arm

소파 속으로 잠식하는 주인공의 모습, 주인공이 겪는 정서적 협박 상태를 보면서도 모른 체하는 ㅇㅇ, 돈을 쓸 때마다 덜덜 떨리는 손, 만날 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만나게 된 가벼운 인연, 가볍게 문제를 해결하라는 제안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 나아질 것 같으면 일어나는 '가지가지의 일'. 멋지게 사고를 쳐주더니 가장 먼저 궤도로 돌아가는 친구, 재능 덕에 '감히' 미래를 꿈꾸고 나아가는 힘. 계속해서 발목을 잡는 탈뿐인 가족.


'조용한 희망'을 보며 알렉스에게 위안받은 건 특별한 일은 아닐 거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싶은 그 안도감은 깊은 위안을 주었다. 화면 우측에 띄우는 돈도 그렇다. 생활에 찌들어 1달러 쓰는 것도 큰 부담이 되는 그 상황들. 달러트리에서 사는 물건들. 그것조차 내겐 사치품들. 달러트리에서 얻는 마음의 위안. 하하.


시간을 돌리고 싶다기보단 마구 감아대서 앞으로 나아가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한다. 희망은 대개 조용하다. 이것저것 해서 겨우 얻어낸 것들은 나를 지켜주지만, 돈이 없으면 완벽하게 지켜주진 못한다. 난 여전히 생활에 허덕이고 폭언에 시달리며 협박에 고통스러워 한다. 다른 것보다도 몸이 이젠 이런 상황에 잘 버텨주질 못한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잘 있지만, 괜찮지 못하다. 펄떡이는 신경을 붙잡고 진정시키다보면 수일은 훌쩍 가버리기 마련이다. 회복할 시간은 없다. 매일같이 지옥을 허덕인다. 수치스러움은 아무 것도 아닌 이 땅에서 내게 마음껏 욕하고 소리지르는 이들만이 가득하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고 있으니 지옥이 따로없다. 마음껏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만이 가득하다.


조용한 희망의 판타지는 구조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땅에 그런 건 없다. 내가 나를 구해야 한다. 정신차리고 자꾸 되새겨야 한다. 이건 현실이다. 내가 나를 구해야 한다. 희망이 점점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도,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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