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은 간 데 없고 나는 조용히 침잠한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삶이란 게 너무나 정신없고 힘들기 때문에 나는 굉장히 털털한 편이다. 자화자찬이 아니고, 무덤덤의 끝판왕인 데다가 그냥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영화, 글, 박물관 같은 그런 쉼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운동이고 걷는 것이고 장비(삼국지 말고) 보는 것이고 간에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내 삶만으로도 너무나 정신이 없어서 다른 걸 할 틈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은 감사에 쓰거나 그냥 다른 걸 한다. 달느 거라면 나의 삶을 채울 것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나를 살게 해준다는 걸 아주 어려서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 그건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학습된 무기력에서 온 데 대한 나만의 개척법이라든지 아니면 뭐, 내가 이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늘 찾는 내 기질 덕(인지 탓인지ㅎ)일지 모른다.
망각의 동물이란 건 인간에게 큰 장점이 된다. 덕분에 시간이란 값진 보물이 있다면 많은 건 잊힌다. 내가 말하는 건 개인적인 상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걸 돌아볼 시간 없이 살면 새로운 상처가 끝없이 생기므로 흉터같은 건 볼 시간도 없다는 얘기다. 흉터 위에 또 흉터가 생기고 그럼 또 새 살이 돋기도 하니까, 그냥 살면서 앞으로 기어가기라도 한다면 대부분의 것들은 못 참을 것이 없게 된다. 모든 고통은 없는 것이 된다. 그러니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 지나간다. 다 흘러가는 것들이다. 감사하게도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이 사실은 내게 아주 큰 위안을 준다. 혹자는 영원을 꿈꾸지만, 그것만큼 멍청한 일이 없다. 다 흘러간다. 우리는 이 세상에 잠시 다녀가는 존재들이다. 뭐 대단한 걸 말하려는 게 아니고 매일같이 그냥 나 홀로 하는 생각을 키보드에 도닥일 뿐이다. 상반기도 벌써 훌쩍 흘렀고, 격변하는 나의 삶에 대해서 나도 이렇게 정리하고 갈 필요는 있기 때문이다.
격변이다. 한편으로 내게 말한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늘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알 수 없는 수호천사가 늘 내 곁에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 곁에 수호천사가 있다는 걸 안다. 요즘 죽을만큼 힘든 시간들이 오면 그 수호천사를 나는 허공에서 찾는다. 다 이유가 있을 거다. 이렇게 생각한다. 왜 나를 홀로 두었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 그러면서 애타게 허공에서 나를 지켜줄 뭔가를 찾는다. 삶의 고통이 끝이 없으므로 나는 수호천사가 떠나지 않길 바란다.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이지만 그것만이 내 위안이다.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면 눈을 감고 주변의 공기를 느낀다. 내가 걸어온 길을 느낀다. 머릿속의 오염물질을 빼내고자 한다. 일기는 내게 그런 오염물질을 빼내는 작업이다.
그러다 보면 다 별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세계도 가짜고, 육신도 가짜다. 내 본질은 따로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내게 명령을 내려주던 수호천사가 제발 "아직 얘 안 컸네" 하고 여전히 명령을 내려주길 바란다. 내 안의 작은 소망이다. 기쁨을 맛보길. 삶의 달콤함도 알 수 있길. 생이란 고통이지만 그래도 희망도 있고 살아갈 만한 곳이라는 걸 아는 순간들이 더 늘어나길. 알지 않는가. 내가 바라는 건 별 것 없다. 그냥 안전하고 평범한 보통의 하루다. 그리고 웬만한 어른들은 알 것이다. 그게 가장 어렵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