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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Dec 03. 2016

그저 버티는 것이 답이라면

그저 버티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라면 그렇게 해보자. 스물넷의 나를 기억하면서. 나를 숨기는 것도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다. 다시 손 내밀고 물어보고 내 길이 될지도 모를, 혹은 비슷할, 길을 갔던 사람들에게 다시금 물어보자. 그게 답이라면 그렇게 하자. 내 소속과 같은 사람들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게 그들도 답 혹은 공감을 줄 수 있는 길일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나를 위로해도 결국 같은 일은 벌어질 테고 부조리 역시 같다. 고립무원이 되는 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안에서 말고 밖에서 찾자. 안에서 찾으려 했던 것들을 잠시나마 포기하겠다. 안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게 명백해진 지금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과거처럼,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잊지 말자고 생각했던 것도 그냥 잊자.


그리 해도 내버려두지 않는 것들이 분명 존재할 테다. 눈을 감자. 귀를 막자. 특수성에 기대 다른 것을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애초에 다를 게 없는 사람이고 직종이고 조직이다. 그냥 다른 회사와 같다. 신념만을 간직한 채 겉으로는 다른 기대 혹은 여타의 것을 생각하지 말자.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일 거라고 믿어보자.


그냥 그렇게 살다 보면 다른 길이 열릴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그냥 조용히 가만히 그냥 그저 그렇게 한번 지내보는 거다. 조금 더 과감했으면 달라졌을까? 몇 달 전 내 머릿속을 돌았던 의문이다. 그러지 말라 누르면 눈치 빠른 척 지레 겁먹고 뒤로 물러나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보내왔던 시간들. 그것에 대한 회의 혹은 의심이 잠시나마 들었던 거다. 그렇게 자발적 노예처럼 그렇게 살자. 과감할 필요 없이.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그런 체 연기하고 있다고라도 나를 속이자.


절대 순진하지 않겠다. 이 말 자체가 모순이다. 그럼에도 다짐한다. 어설프지만 다시 되새긴다. 낮추고 또 낮춰 그저 숨죽인 듯 그렇게 지내겠다. 더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아주 평범하고 행복하게 그런 삶을 꿈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 그저 생활인이 되겠다. 그것이 비극이라 여기지 않겠다. 가장 어려운 일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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