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할 수 있고, 이불속에서 밖에 나가지 않고 뒹굴 수 있는 주말을 갖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것.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삶 아닐까? 언젠가부터 평범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언젠가는 그런 삶이 필요 없다고 단언하던 열정 많은 사람이었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그게 열정의 문제가 아닌 게 되어버렸다. 기본적으로 혼자인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이렇게 고된 일과는 없던 것 같다. 그래서 꿈의 지표를 다시 생각해봐도 별 수 없어 그냥 단순해지기로 했다. 단순하게 이번 달, 다음 달, 오늘내일…. 그런 단 행복에 집중해보기로 한 거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일도 부담스럽다. 그냥 가만히 흐르는 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버텨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데 구태여 이렇게 끼적이고 있는 것은, 오늘의 내가 과거의 내게서 배우고 싶고, 찾고 싶은 것들이 있을 때 보다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없나 찾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여전히 말을 하는 것보다는 말을 않는 게 좋고, 그래서 오해를 받고 극한 상황에 몰려 억울함에 끅끅대다가도 기어이 혼자서 앓고 마는 그런 습성들을 어쩔 수 없이 그냥 가지고 가기로 했다. 그건 내가 학습한 결과로 가장 현명하다고 얻었던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궁금한 게 많고 부당하게 지나온 시간들에 억울한 게 많지만, 그걸 정면으로 부딪칠 용기도 힘도 이제는 더는 없다. 그래봤자 사람 사는 세상이고 별다를 게 없는 조직이고 또 거기가 거기라는 걸, 별 다를 게 없다는 걸, 적어도 여기서는 그렇다는 걸, 어쩌면 조금은 알았기 때문이다.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도. 부단히 싸울 힘을 잃어버렸다. 곁에 있는 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냥 이대로 홀로 너무나 고된 길을 애써 걸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어느 순간 손을 탁 놓아 버린 거다.
거대담론에 정의로운 척 멋진 척 자신의 의견을 마구 표출하다가도 일상의 부조리에 너무나 편하게 탑승한 사람들을 목도할 때면 구역질이 났다. 곁에 있는 것에 정의롭지 못하다가도 거대한 물결에 쉽게 깨끗한 척하는 사람들. 그 일관된 모순 속에서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해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그래서 자꾸만 다른 곳에서 답을 얻으려고 했다. 사람이 사람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는 그런 수준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어찌하지 말자. 이 정도 돌을 던졌으면, 이젠 시간이 해결하기를 기다리자. 그게 대부분의, 혹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러니 다시 단순해지기로 했다. 열린 귀와 눈을 모두 닫고 그저 자리에 있자. 그래도 굳이 다가와서 버티는 사람의 등을 떠미는 이는 분명히 있다. 매일이 그래 왔으니. 그 황당함에 진저리 치게 되더라도 그냥 돌처럼 가만히 있자.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그렇게 하자. 이런 괴로움은 겪지 않는 편이 여러 모로 낫다는 생각이 합리적으로 드는 순간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