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꿈을 꾸게 하는 일

by 팔로 쓰는 앎Arm

꿈꾸는 곳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게 단 꿈을 꾸게 한다면 더 그렇다. 저기에만 도달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은 환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세상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그걸 모른다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어쩌면 거기 도달해도 별 게 없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나를 좀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 꿈을 꾸게 하는 일과 사람. 그걸 모두 잃어버린 지금의 난 그냥 아무것도 아닌 채 숨죽인 모양새다.


아닌 건 아닌 거다. 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고 거기에 공감한 채 행동할 수 있었던 과거의 나와 달리,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하다. 두려운 게 더 많아진 걸까, 아니면 뭘까. 그저 그렇게 둥그런 세상이니 어차피 다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걸 알아버린 걸까, 아니면 다른 데서 희망을 찾고 싶어진 걸까. 엉망이 된 인연에 손을 내미는 것은 쓰레기통에 내다버린 쓰레기를 주워 오는 것과 같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의심의 여지없이 공감하곤 했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더는 그러지를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제는 그 쓰레기통에 가서 쓰레기를 주워 오려고 고민하고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황당하기도 하고 동시에 궁금하다. 왜 그러는 걸까. 곁에서 얻지 못한 답을 과거의 다른 극단에서 찾고 싶어하는 것일까. 그 어디에도 정답이 없음을, 그리고 정의란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난 후라 이젠 해탈해버린 걸까. 지독하게 싫은 인연에 손 내미는 내 모습을 나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러면서 동시에, 어떠한 연결선 하나가 있어서, 그 실낱같은 희망에라도 색다른 답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간절함 같은 게 묻은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 생각 없이 있어보려 해도 어느 순간 너무나 불안하다. 불안함이 엄습해온다. 그럴 때면 자꾸만 누군가에게 한없이 의지하고 싶어지는 거다. 그러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누구 말처럼 그냥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어서일까. 혹은 그 말에라도 명분을 두고서라도 내 마음 터놓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은 걸까. 부질없다는 걸 알아버린 후라서 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아프고 아프다. 어느 순간의 나도 진짜는 아니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당신이 순간순간 변하는 사람이듯, 나 또한 그렇다. 상황 따라 달라지는 그때 그때의 가면이, 당신의 진짜 모습이 아니듯이 말이다.


말로서는 모든 걸 다 이해하듯 다가가는 친밀한 사이, 혹은 그걸 가장한 관계더라도, 결국은 아님을 너무나 많이 목도한 탓일까. 그냥 예전처럼,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되는 것을 나는 왜 자꾸만 생각을 하는 것일까. 왜 쓰레기통까지 돌아가 곁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리라는 하찮은 기대 따윌 가지고 그 틈새를 뒤적이는 걸까. 그리고서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에 나를 내맡기는 모험을 하고는, 내가 발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작은 위로를 내게 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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