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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햇살 May 22. 2021

식물도 거리두기가 필요해요.

따로, 또 같이

 식물 집사가 된 건 꽤 오래전이다. 요즘은 집콕 문화가 발달해 반려식물이라는 말도 생겨났지만, 나는 ‘반려식물’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이전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오래된 식물 집사다.


얼마 전 다녀온 식물이 가득한 카페

 내 방에 있는 오블리쿠아(몬스테라의 한 종류이며 아단소니라고도 부른다.)가 며칠 전부터 하나씩 잎 끝이 노래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물 부족 인가해서 어제는 물을 듬뿍 주었다. 오늘 다시 보니 어제보다 잎 끝이 노오란게 한 두 군데 더 보였다. 분갈이할 때가 된 것이다. 식물이 특별히 햇빛, 물이 부족한 상태가 아닌데 성장이 평소보다 더디고, 잎 끝이 누레지면 분갈이가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잎 몇 장이 노랗게 변한 오블리쿠아

 시간을 지체할수록 식물이 더 힘들어하기 때문에 오늘 바로 분갈이를 해주었다. 이미 몇 달 전 큰 화분으로 한 번의 분갈이를 해주었었지만, 쑥쑥 자란 탓에 뿌리 공간이 모자라나 보다.


 테이블에 신문지를 깔고 식물을 조심스레 들어보니 뿌리가 많이 자란 채 엉켜 있었다. 처음 오블리쿠아를 집에 들일 때만 해도 싱싱하고 푸르른 하나의 식물로 보였는데 뿌리를 만져보니 두 덩어리로 쉽게 갈라졌다. 그들은 각자의 뿌리가 점점 더 자라고 강하게 뿌리내려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었다. 한 곳에 있어서 아름다움이 배가 됐었지만, 성장의 속도가 클수록, 해가 거듭할수록 각자의 성장을 저해하고 상처를 내고 있던 거다.


  더 아름다운 오블리쿠아가 되지 못하고 서로를 위해 잠깐 성장을 멈추고 있던 것을 보니, 문득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도 닮아있다.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기 전엔 함께 있을 때 더없이 아름답고 완벽해 보이던 완전체도, 각자가 성장할수록 한 곳에 뿌리가 뒤엉키고 서로의 자아가 건강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한 데 엉겨 붙어있어야만 좋은 것이 아니다. 각자의 공간, 각자의 자아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르게 뿌리내리는 것이 서로의 성장에 더 도움을 준다.



따로, 또 같이...



  흙을 살짝 털어내고는 오블리쿠아를 각자의 토분에 심어주었다. 분갈이가 끝난 후 물을 흠뻑 주고 두 오블리쿠아를 따로, 또 같이 두었다.

 아직 끝이 노란 잎은 여전히 있지만 더 이상 잎이 노래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며칠이 지나면 또 새 잎이 나고 뿌리가 더 튼튼히 내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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