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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햇살 Jun 05. 2021

나의 ‘세 번째’ 몬스테라

식탐의 계절. 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기 직전. 이맘때쯤이면 강력하고도 참을 수 없는 식탐이 가득해진다. 바로 ‘식물을 탐하는 마음’, 식탐의 계절이다. 


 사계절 중 식물이 가장 활기차고, 새 잎을 많이 내보이며, 푸릇푸릇한 시간이다. 이즈음 꽃을 보이는 식물이 많고, 초보 식물러들도 식물을 제일 잘 키울 수 있는 시기라, ‘나도 식물 키우기에 소질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여태 수십 가지의 식물을 키웠지만 보통 새로운 식물에 도전할 때는 여태 안 키워본 종을 데려오는 편이다. 키워본 것보단 키워보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서이기도 하고, 또 이미 한 번 키웠는 데 초록별로 떠나보낸 기억이 있다면 우리 집 환경에 맞지 않거나 꽤나 까탈스러운 아이일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태 모두 성공적으로 잘 키우고 있지만 벌써 ‘세 번째’ 맞이한 유일한 반려식물이 있다.


바로 몬스테라다.


출처:Unsplash


 인스타그램에  “MonsteraMonday”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60만 건이 넘는 어마어마한 게시물들이 뜬다. “MonsteraMonday”는 전 세계 식물 집사들이 월요일마다 몬스테라 사진을 업로드할 때 쓰는 말로, 이는 하나의 신성한 의식이 되었다. 몬스테라가 이같이 셀럽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국적인 느낌의 멋스러운 몬스테라는 외모뿐 아니라 생명력과 번식력도 강해서 초보에게도 진입 장벽이 낮고 인테리어 효과도 톡톡히 하는 ‘완벽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몬스테라라고 모두 다 같은 종은 아니다. 그 생김새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몬스테라는 델리시오사이다. 그 외에도 몬스테라 아단소니(오블리쿠아), 보르시지아나 바리에가타(알보몬), 히메 몬스테라(라피도포라 테트라스파머)등이 있다.


 나의 몬스테라 1호, 2호, 3호는 각각 제작년 봄, 작년 봄, 올해 봄에 데려온 아이들이다. 매년 봄마다 발동한 ‘식탐’ 덕분이다.


 몬스테라 1호는 작은 모종일 때 화원에서 데려온 델리시오사이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환경 변화에 민감하거나, 겨울철을 나기 힘들어하여 초록별로 가는 식물도 종종 보았는데 이 아이는 폭풍 성장과 함께 두 번의 분갈이를 하고도 아직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다만, 모종부터 키운 아이라 몬스테라를 처음 키운 나에겐 수형 관리가 어려운 과제였다. 몬스테라를 처음 도전하는 사람에겐 모종이 아닌 중품 정도부터 키우는 걸 추천한다.


출처:Unsplash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몬스테라 2호는 작년 봄에 맞이한 몬스테라 아단소니다. 몬스테라 1호가 찢잎을 자주 보여주지 않아서 1호와의 밀당에 지친 터라 이번엔 아예 모든 잎에 여러 개의 구멍이 숭숭 뚫린 아단소니를 들였다. 이번 잎엔 찢잎이 날까 안 날까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되어서 맘 편히 수형과 보살핌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손바닥보다 약간 큰 정도의 크기였지만, 지금은 수태봉 2개를 이은 지지대와 함께 해야 할 만큼 많이 자랐다.


출처:Unsplash ( 몬스테라 아단소니)

 그리고 드디어 오늘, 3호인 히메 몬스테라를  맞이했다. (정식 명칭은 ‘라피도포라 테트라스파머’이다. ) 식물은 환경이 바뀌면 마치 우리가 이사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3호가 낯가림을 끝내고 적응하기를 기다리려고 분갈이를 조금 미루려 한다.


낯가림 중인 몬스테라 3호


 

 몬스테라 잎은 ‘찢잎’이라 불리는 구멍이 뻥 뚫린 모양이다. 이는 거센 바람이나 태풍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생존’을 위한 것이다. 찢잎은 온 잎에 비해 비바람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적합하다. 또한 윗부분의 큰 잎에 가려 햇빛을 보지 못하는 아랫 잎들을 위한 배려이다. 서로의 공생을 위해서 택한 방식이다. 강인함과 배려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몬스테라에게 배울 점이 많다.


 오늘도 살랑이는 바람에 살짝씩 흔들리며 줄기를 뻗어나가는 몬스테라 1호, 2호, 3호가 물끄러미 날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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