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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에이드 Nov 30. 2024

좋아하는 거 오래 보고 싶은 마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띄우는 레터  

반짝이는 빛방울 언니 작가님께

빛방울 브런치 스토리


눈이 그렇게 많이 왔다죠? 여기는 눈이 비처럼 내려서 쌓이지 않았답니다. 상상이 안 가죠? 첫눈이 펑펑 내려 쌓인 거리를 영상으로 보면서 포천이 생각났어요. 그리고 '나무와 나무', 오천사 작가님... 작가님의 세계로 초대해 주시고 함께 한 시간과 만난 사람들이 지금은 꿈과 같이 느껴집니다. 아, 작가님과 만나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려던 참인데 이사한 게 너무 아쉬운 거 있죠? 오겡끼데스까? 잘 지내고 계신가요?



사실 작가님의 안부는 글로 확인하고 있어요. 요즘 글에 푹 빠져서 계시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습니다. 저는 11월 브런치를 쉬고 있었습니다. 내 맘대로 안식월. 그냥 죄책감 없이 쉬어보자 했는데 (너무 잘 쉬었고) 이렇게 작가님께 편지를 띄우며 휴식을 마치고 12월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번번이 처음은 작가님이 계시네요. 기억하시죠? 우리의 처음이었던 슬초 2기 첫 모임을요. 많은 작가님들 중에서 작가님과 사진을 찍고 붙어(?) 다녔던 그 모임의 어색한 공기 말이에요. 좋은 사람들이었기에 끊어지지 않고 그렇게 연결되었나 봅니다. 그때도 밝게 웃고 있고 지금도 여전히 따뜻한 웃음을 띄우는 작가님을 알게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딱히 수다를 떨 성격도 못되고 해서... 아니 그러고 보니 작가님 앞에서는 왜 그렇게 말을 많이 한 거죠? 함께 한 시간을 초월해서 마음을 너무 놓았나 봅니다. 수다 떨 성격이 못된다는 게 순간 거짓이 되어 버려서 저조차도 놀랐네요. 낯가림이 유달리 작가님 앞에선 빨리 걷힌 것으로 하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수다 떨 성격이 되지 못해서(?) 책을 우리 사이에 두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읽어보셨을 수도 있을 거 같지만 한수희 작가님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라는 책입니다. 책 제목도 맘에 들고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한'이 워딩에 자석처럼 끌려서 붙어버렸어요.


거대한 것과 시시콜콜한 것을 동시에 바라보며 살고 싶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책임해지지 않으면서 하루하루의 생활도 잘 살아나가고 싶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매일매일 만족스럽게 잠자리에 들고, 또 새것 같은 하루를 기대하면서 눈을 뜨고 싶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좋은 날을 즐기는 법과 그렇지 않은 날을 견디는 법을 배우며 살고 있다.


서사가 휘몰아치는 이야기보다 요즘엔 시시콜콜한 것들에 눈길이 가고 그 순간을 잡아서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 서문의 이 구절은 딱 제 마음 같았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흘려보낼 것 같은 그 순간들이 잊히고 시간 속에 묻히는 게 아깝더라고요. 매일의 작은 웃음들과 눈물들이 모아놓으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는 이 에세이집은 차분하고 안온하게 책장을 넘기다 잠시 생각으로 쉬어가고... 그럴 수 있었어요. 인생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가 있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하루는 작은 이야기와 작은 느낌으로 가득 차 있어요 말하고 있거든요.


결국 일상 속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은 나잖아요. 인생살이로 퉁치는 희로애락 가운데 내가 있습니다. 내가 없으면 일어나지 않을 것들이잖아요. 생각하고 나의 느낌을 더해서 나로 살아가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나 자신을 만족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어요. 실망하고 혐오하고 부정하면서 꾸역꾸역 끌어온 나를 인정하고 편안하게 해 주면 어떨까요. 충분히 달렸고 애썼으니 이젠 그만 다그치고 좋아하는 거 하게 해 주자고. 아직도 부족하다면 그 마음까지 인정해서 나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고.


잠은 충분히 자고, 욕심부리지 않고 하루에 중요한 일 두어 가지만 처리하며, 마감일은 스스로 이틀 정도 앞당겨둔다. 오늘 다 끝내고 내일은 노는 게 아니라, 오늘도 즐겁게 일하고 내일도 즐겁게 일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중략) 쓸데없이 애쓰지 않는다. 내 한계를 받아들인다.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 뭐든 천천히, 꾸준히 해나간다.


에세이를 읽으면 '아 이런 일에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나도 이런 적 있었는데...' 하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에요. 라디오를 듣는 것 같다고 할까요. 바쁘게 살아온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야 남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 봅니다. 그런데 그로 인해 나를 발견한다는 아이러니. 참 재미있습니다. 문득 작가님의 친정아버지의 시구와 막내딸의 시선이 담긴 브런치 연재북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글로 담긴다는 게 참 따뜻하면서 부럽기도 하더라고요. 동화책을 읽으며 다꾸를 하는 거 보고 저도 필사를 해 볼까 하며 마스킹테이프를 사다 나르고 있습니다. 작가님, 계속 꾸준히 삶을 적어 주세요. 작가님의 글로 어디선가에선 삶의 에너지가 채워지고 있다는 거. 그런 부담을 안 드려도 작가님을 위해서 계속 써 주시면 누군가는 행복할 거라는 거 알아주셨음 해요. 편안한 11월의 마지막 토요일 되시고요. 12월에 글로 많이 읽으러 가겠습니다.


사랑을 담아

자몽에이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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